최근 인형뽑기에 잔뜩 빠져버렸다. 무심결에 들어간 오락실에서 첫 도전한 인형뽑기에서 대차게 성공한 탓이다. 꼴랑 만원 들고 들어간 오락실에서 큼직한 인형을 두개나 뽑았으니 그 희열이 어땠을지 짐작하시리라.
그 뒤 나는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가듯 오락실을 들려 인형뽑기를 한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던 것인지 처음만큼 인형을 뽑아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간혹 성공하는 그 짜릿함에 더더욱 중독되어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오락실에 들릴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돈은 단 만사천원. 이 돈으로 최대한 전략적으로 인형을 뽑아서 최대 희열을 이끌어 내야한다. 왼손에 돈을 쥐고 찬찬히 인형뽑기기계를 살핀다. 신상 인형이 들어있는 기계를 찜 해놓고 어슬렁 어슬렁 사냥감을 찾는 한마리 맹수처럼 조심히 인형뽑기 기계 사이를 거닌다.
그러다 앗! 발견했다! 무려 한정판 곰인형이다. 사이즈도 크지 않고 무게중심도 꽤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인형이라면 뽑을 수 있겠다. 자, 총알은 장전 됬다. 이제 심호흡을 크게 하고 조이스틱을 움직인다. 세심하게 위치를 조절하고 버튼을 탁 내리친다. 첫번째 시도에 성공할 리가 없다. 오히려 좋다. 출구에 가까운 쪽으로 옮겨졌을 뿐 아니라 집게가 잘 들어갈만한 방향으로 떨어졌다.
자, 그럼 다시 두번째 총알을 장전한다. 첫번째 시도보다 더 신중히 조이스틱을 조종한다. 여기다! 버튼을 딱 내리친 순간 나는 온 몸에 전율이 올랐다. 출구에 걸려 떨어질듯 말듯하게 인형이 걸려버렸다. 이런경우에는 마지막 총알을 써야 한다. 이번 기회가 내게 주어진 찬스라 생각하며 다시 천원을 기계에 넣는다. 머리 부분쪽으로 집게를 옮기고, 후욱 심호흡을 한 뒤 버튼을 누른다.
뽑았다! 몸통 절반이 출구에 걸쳐 있어서 마지막 한 발로 완벽하게 클리어. 이렇게 첫번째 인형을 뽑았다. 의기양양해진 나는 왼팔에 인형을 끼우고 맨 처음 찜해두었던 신상인형이 들어있는 기계로 향한다.
이번 인형은 만만치 않다. 엎드려 있는 오리 모양 인형인데, 얼굴과 엉덩이가 커서 한번에 들어올릴 수 없다. 이런 인형은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무거운쪽을 출구에 걸칠 수 있도록 잘 세운 뒤, 가벼운쪽을 단번에 들어올려 엎어치기 하듯 뒤집어야한다.
난 이번 인형에 만원을 걸었다. 천원에 한 판 이지만, 만원에는 열 두 번이다. 만원이 투입되고 '신에게는 아직 열두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하는 목소리와 함께 웅장한 배경음악이 내 뒤로 흘러나온다. 첫시도다. 제일 움직이기 쉬워 보이는 인형의 엉덩이 쪽으로 집게를 이동시킨다. 앗. 역시나 무겁다. 그래도 약간 움직였다. 이대로라면 무게중심만 잘 잡으면 승산 있어 보인다.
그렇게 나는 땀을 삐질삐질, 침을 꼴깍꼴깍 삼켜가며 총알을 하나씩 둘 씩 써갔다. 기회가 단 세번 남았을 때, 내게 또 다시 찬스가 찾아왔다. 오리의 두 다리가 출구로 빠졌고 엉덩이는 하늘 높이 치켜올라왔다. 이럴때 머리를 들어 올리면 엉덩이 무게 때문에 저절로 출구로 인형이 떨어진다. 얼굴쪽을 향해 집개가 내려간다. 손이 벌벌 떨리고 옥시토신인지, 아드레날린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언가의 호르몬이 팡팡 터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원인은 아직 엉덩이가 출구쪽으로 완벽히 올라 타지 않았다는 계산값이 나오자마자 나는 남은 두 번째 기회를 사용했다. 다행이다. 인형이 높게 들어올려져 이전보다 더 출구쪽으로 쏠렸다. 이제 마지막남은 기회! 드디어 머리를 들어 올리고 집게가 출구쪽으로 이동하자...
드디어 뽑혔다! 열 두 번의 기회에 딱 맞게 신상 오리 인형을 뽑아냈다. 기계에서 형식적으로 흘러나오는 축하한다는 인삿말이 천국의 나팔소리 처럼 들렸다.
양손에 인형을 끼고 집에 돌아가려는 찰나. 내 눈에 마지막 인형이 들어왔다. 오백원에 한 판을 할 수 있는 미니 인형뽑기이다. 마침 천원이 남았고, 이 천원을 집에 가져가느니 인형으로 뽑겠다는 마음으로 미니 인형뽑기기계로 갔다. 결과는 당연히 승리. 미니 인형까지 뽑아 냈다.
이 인형은 내 승리의 순간을 함께 지켜봐준 어린이에게 선물해줬다. 오백원짜리를 손에 꼭 쥔채 내 경기를 지켜보며 나보다 더 호들갑 떨어준 작은 친구에게 잊지 못할 희열을 나눠주고 싶었다.
이렇게 내 인형 컬렉션은 오늘도 두개가 늘어났다. 얼만큼 까지 늘어날지 모르지만, 여튼 오늘도 참새는 방앗간에 들러 배부르게 먹고 왔다. 양손 가득 마음 가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