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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Feb 21. 2023

 정신과일지9] 정신병원에 갔다.

반복 된 자해 끝, 결국 나는 정신병원에 갔다. 옷을 들춰 가슴의 상처를 내보이고, 마스크를 내려 얼굴의 멍을 보였다. 나른한 표정의 선생님은 이내 곧 자세를 고쳐 앉고선 내 상처를 살폈다. 뻣뻣해진 분위기 속, 선생님은 이 흔적이 혹여나 가정 폭력의 흔적이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선생님, 전혀 그럴리 없어요. 오히려 자해 하는 저를 말리려던 남편의 몸에 상처가 생겼으면 생겼지, 이 흔적들은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때린 흔적이 맞아요."


이 말을 듣고 선생님은 한동안 모니터 화면만을 바라보며 빠르게 손을 놀려 타자를 쳤다. 진료실 안에는 타자 치는 소리만 가득했다. 나는 그 소리 속에 내 흐느낌이 감춰지기를 바랐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숨은 거칠어지고 눌러쓴 모자와 마스크 속은 습기가 차올랐다.


심리검사를 하고, 질의 응답을 거친 뒤 다시 만난 선생님으로부터 약 처방을 받았다. 일주일 복약 후 다시 보자는 짧은 진료를 마치고 뒤돌아 나오며 나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주 어릴 때 부터 나는 병원을 무서워 하지 않았다. 주사도 눈물 한방울이면 맞는 어린이었고, 치과에서는 눈물 한방울 조차 흘리지 않는 초등학생이었다. 하지만 정신과에서 내가 아픈 곳을 드러낸 이후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한줄기 눈물로 시작된 울음은 점점 종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다행인건 내가 찾아간 병원이 3차 병원이라 방문자수도 많고 늘 시끌벅적 하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병원의 소란스러움에 내 울음소리를 감춰가면서 울 수 있었다.


이후 나는 병원에 갈 때마다 울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도대체 왜 내가 아파야 하는건지 억울한 감정과 이제 정말 정신병자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며 차오르는 분노와 억울함에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 더더욱 챙이 큰 모자를 챙겨 쓰게 되었다. 일그러진 표정을 감출 수 있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이 다행으로 느껴진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치료는 내 눈물과 함께 시작되었다. 일주일이 이주가 되고, 이주가 한달이 되어가는 시간동안 내가 병원에서 흘린 눈물은 나를 잠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처음 몇 달은 그렇게 계속 울었다. 치료가 되는 건지 느끼지도 못했다. 오히려 내가 이제 정말 정신병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더 우울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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