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지구] 우리 주위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을 위해서
꾸준히 하는 취미로 뜨개질이 있다. 작은 소품이나 인형부터 커다란 블랭킷이나 의류까지 종류 불문하고 뜨개질을 즐겼다. 사실 요즘 뜨개질을 많이 하지 못했다. 올 해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논문작업으로 인해 다른 취미 생활을 즐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진 것이다.
뜨개질은 잠시 뒤로 밀어두었지만 그래도 내겐 아직 남아 있는 취미가 있다. 바로 '새구경' 이다.
물론 탐조인이라고 말하기는 어설프지만 새 구경이 취미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 취미는 3년 쯤 전, 우연히 만난 유튜브 채널 덕분에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새를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채널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부터, 만나기 힘든 멸종위기종, 그리고 여러 요인으로 인해 한국에서 발견되고 있는 해외 각국의 조류들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채널을 알게 되면서 나도 새구경(탐조)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시작은 가장 흔한 참새, 까치 부터 였다. 겨울 참새의 빵실빵실한 동그란 매력을 알게 되었고, 뒷짐 진 꼬마 양반 같은 까치의 귀여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새 구경을 늘여가다 보니 꾀나 많은 수의 새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참새와 까치 이후에 만나게 된 새는 바로 뱁새라고 잘 알려진 붉은 머리 오목눈이다. 참새보다 더 작고 참새보다 더 동그랗다. 붉은 머리 오목눈이를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난다. 풀숲 사이로 새들이 와르르 들어가길래 당연히 참새인줄 알고 조심 조심 곁으로 다가갔다. 숨을 죽이고 살며시 들여다본 풀숲에는 참새가 아닌 붉은 머리 오목눈이가 있었다. 날개달린 경단같은 붉은 머리 오목눈이와 순간 아이컨택이 이루어졌고, 나는 사랑에 빠졌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새는 참새인줄 알았는데, 붉은 머리 오목눈이가 더 귀여웠다. 정말로.
출근길에 만나 지각하게 만든 새는 바로 쇠딱다구리이다. 참새 정도 크기의 한국에서 가장 작은 딱따구리이다. 쇠딱다구리는 만나는 순간 저놈이 쇠딱따구리구나 하고 바로 알아챌 수 있다. 누가봐도 딱따구리라고 생각되는 행동을 하는 참새가 보인다면 그놈이 바로 쇠딱따구리이다. 쇠딱따구리를 처음 만난날은 운이 아주 좋게도 여러마리의 쇠딱따구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소풍 나온 유치원생처럼 나무 위를 통통 뛰어다니는 모습에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뭐, 앞서 말했듯이 이 쇠딱따구리를 구경하느라 지각했다.
쇠딱따구리를 만났다면 다음은 오색딱따구리를 만날 차례이다. 오색딱따구리도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는 텃새이다. 때문에 조금만 관찰하면 쉬이 만날 수 있다. 나 역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 오색 딱따구리를 처음 만났다. 발견 당시 나는 육성으로 "쟤가 왜 여기 있어?"라고 외쳤다. 그만큼 오색딱따구리와의 조우는 놀라웠다. 수컷이었는지 머리와 배분이 진홍색이었고, 딱따구리 특유의 나무 파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늘 따다다다다닥 하는 소리만 듣다가 실제로 딱따구리가 그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도 신기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딱따구리가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히 자리를 피하면서도 두근 대는 심장을 가라 앉히려 노력한 기억이 난다.
다음은 물까치 이다. 물까치는 광교산에 등산 하러 갔다가 만났다. 아주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눈부신 하늘색이 언발란스한 모습이었다. 광교산 아래 하천에서 단체로 목욕을 하는 모습을 만난 순간, 오늘 등산은 이 친구들을 만나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만남 이후 물까치는 종종 눈에 들어왔다. 역시 첫만남이 어렵지 한번 만나고 나니 그 모습을 더욱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더욱이 물까치는 그 소란스러움으로 인해 눈보다 귀가 늘 먼저 찾아내는 새이다. 주위에서 어린 아이들이 시끄럽게 함성 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 거진 100퍼센트 물까치 소리이다.
산책이나 드라이브 하며 만난 새도 소개해 볼까 한다. 동네 하천변을 따라 돌아다니다보면 백로와 왜가리 그리고 가마우지를 만날 수 있다. 셋 다 지금까지 소개한 새 보다 훨씬 큰 덩치를 가지고 있어서 쉬이 발견할 수 있다. 숨을 죽이고 행동을 멈추고 가만히 오래 관찰하다보면 이들이 사냥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총알처럼 몸을 날려 물고기를 낚아채는 왜가리를 보면 멋잇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는 가마우지가 잠수 후 뭍으로 나와 깃털을 말리는 모습은 덩치에 맞지 않게 앙증맞다.
나는 맹금류를 딱 한번 본적 있다. 교외 지역으로 드라이브 하던 중 하늘 높이 날아가던 새의 모습을 보고 차를 멈추고 한참을 바라봤다. 활공하는 모습이 맹금류답게 시원시원했다. 사실 처음에는 무슨 새인지 몰랐는데 한참을 바라보고 눈에 담아 검색한 결과 말똥가리였다. 아주 높은 곳에서 날아다니는 모습만 본 것이지만 그 맹렬함과 강렬함은 확실히 다른 조류와는 다른 기백을 보여주었다.
꿩은 참 재미난 새이다. 적어도 내가 만난 꿩은 모두 내게 큰 웃음을 주었다. 등산하다보면 꿩-꿩- 하는 울음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이 소리가 꿩 울음소리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나 역시 그 울음소리는 여러번 들었으나 꿩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았으니 말이다. 내가 처음 만난 꿩은 어느 무덤가에서였다. 산길 걷던 중, 길 옆으로 봉분 하나가 있었는데 이 위에 꿩이 아주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마치 저가 그 숲의 주인이라도 된 양 한듯한 모습에 한동한 깔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만난 꿩은 가공할만큼 빠른 달리기 실력으로 내 배꼽을 쏙 빼놓았다. 이후 찾아보니 꿩은 달리기 실력이 매우 좋고 하체가 튼튼해 천적으로 만나면 드러 누워 발길질 해 방어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2020년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나의 새구경 생활은 더 풍성해졌다. 넓은 캠퍼스 안에는 동네에서 보지 못했던 새들이 가득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새는 주황색이 선명한 새들이다. 바로 딱새와 밀화부리이다.
딱새를 처음 본 순간 나는 새가 아니라 누군가 두고 간 공이라고 생각했다. 주황색 선명한 동그라미 하나가 나무 둥치 위에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자세히 본 그 곳에는 바로 딱새가 앉아 있었다. 너무나도 동그란 그 모습에 나는 지금 면담 가는 길이라는 것 조차 잊은 채 한참을 바라봤다. 내가 움직이면 딱새가 멀리 날아갈까 무서워 숨조차 세게 쉬지 못하며 내적 비명을 질러댔다. 너무 귀여운 모습에 한참을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오만가지 오두방정을 떨었다.
이어 학교에서 만난 또 다른 주황이 선명한 새는 밀화부리이다. 밀화부리. 이름도 생소한 이 새는 그냥 보면 밀화부리처럼 생겼다. 나 역시 이름만 알고 있던 새였지만 보는 순간 밀화부리임을 직감했다. 그만큼 밀화부리의 부리 색은 영롱하다. 멀리서도 선명히 보이는 샛주황색의 부리에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내 핸드폰 카메라로 밀화부리의 영롱함을 담아내기란 불가능했다. 벚꽃이 피려고 한참 분홍빛이 올라온 나무 위에 영롱한 주황 부리의 새는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내가 즐거우려고 시작한 새구경은 나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새구경을 하고 새에 관심이 생기고 더 찾아보다보니 환경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비닐로 만든 둥지에서 새끼를 기르는 모습, 서식지 파괴로 점점 멸종의 길을 걷는 모습, 물이 없는 도시에서 더위에 지쳐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내 새구경을 위해서라도 친환경적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우선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도록 노력하고, 한번 구매한 물건은 오래 사용한다. 나의 작은 불편이 다른 생명의 편안이 되길 바란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새구경으로 이어지고 이 새구경이 결과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참새가 따먹은 벚꽃의 흔적이다.
주황색 공같은 딱새
여기서 밀화부리 찾으면 당신은 이미 새덕후표지 이미지 출처
https://m.blog.naver.com/lyhlsrn/222203413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