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일지] 외출이 두렵지 않고 힘들지 않다.
외출이 힘들었다. 남들은 인식조차 하지 못할 소리마저 내겐 괴로운 소음이었고,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에도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몸과 마음이 정말 모두 시끄러워서 외출을 잘 하지 않았다. 정말 필요한 일 외에는 집, 그것도 이불 속에서만 지내기를 선호했다. 쉬는 날이면 며칠이고 집 밖에 나가질 않았다.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없는데 뭐하러 나가나 싶은 생각이 가득 했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방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있노라면 내가 죽은 것인지 죽은게 나인지 구분조차 안되었다. 코로나로 외출이 쉽지 않던 시기가 오히려 나는 너무나도 좋았다. 방 밖에 나가지 않아도 수업도 들을 수 있고, 친구들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으니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다.
이런 내가 어느샌가 외출을 즐긴다. 3일 연속으로 사람을 만나도 즐거운 마음이 들고, 약속이 없는 날에는 동네 산책이라도 하고 싶어 집을 나선다. 사람 만나는게 즐겁고 행복하다. 아직 MBTI 검사를 하면 I 성향으로 나오긴 하지만, 커다란 대문자 I가 소문자 i 로 바뀐 정도랄까?
멈춰 있는 세상에 살던 내가 드디어 움직이는 세계와 맞닿았다. 나도 움직이고 저들도 움직이고, 우리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 생동감을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다. 매일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하나 하나의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우울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를 움켜쥔다. 하지만 더이상 그 폭력 속에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두 발로 일어설 힘을 길렀고, 두 팔로 나를 방어할 용기를 얻었다. 우울이 찾아온대도 나는 무덤같은 내 방에 다시 죽으러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