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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Jun 27. 2023

서평] 나는 아직 여기 있어

어느 한 소설가가 이렇게 말했다.


"작가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다"



나는 세상 궁금한 것이 참으로도 많은 아이였다. 화석이 어떻게 음각이 아닌 양각일 수 있는지, 하늘에 떠있는 구름과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왜 같지만 다른지, 왜 모래를 파내면 금새 하얗게 변해버리는지.


하지만 그 누구도 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선생님은 왜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냐며 나를 나무랐고, 부모님은   대답하지 않으셨다. 나의 호기심은 하등 필요 없는 것 취급받았다. 하지만 내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내게 답을 주지 않던 수 많은 시간 동안 나는 책 솓에서 빛을 보았고 만물의 소리를 들었다. 하얀 바탕 위 검은 활자들이 내게 보여준 세상은 너무나도 알록달록 했다.


그렇게 나는 세상의 이름을 아는 사람으로 자랐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내 세상은 그야말로 환희와 희열로 가득 했다. 발 밑을 걸어가는 개미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저들에게 세상이 내어준 부피감을 고민 할 수 있게 되었고, 가을 볕 아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인간 삶의 유한함을 깨닫기도 했다.



에이미 네주쿠마타틸 작가는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책 첫장을 넘기기도 전에 손끝에서부터 올라왔다. 세상의 해상도가 남들보다 조금 더 높은 사람. 그게 나와 저자의 공통점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직감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이름과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고 그 속에서 나를 찾아 낼 수 있는 인물이었다.


선명한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은 퍽이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를 아는 인물을 찾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만난 덕분에 나는 일면식도 없는 작가와 한바탕 시원하게 수다를 떨 수 있었다.


내 삶이 조금 퍽퍽해 지는 날, 나는 또 다시 작가과 도란거리기 위해 이 책을 펼쳐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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