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우리 함께 걷자

by 섬세영

옆지기와 나의 나이 차이는 11살이다. 친구들이 또래를 만나 인스타 감성의 술집을 찾아다닐 때, 나는 옆지기와 계곡 근처 삼계탕 집에서 백숙과 파전을 먹는 데이트를 즐겼다. 다행히도 내 취향은 후자에 더 가까웠고 외곽으로 나가는 한적한 데이트에 큰 불만이 없다.


이번에도 옆지기와 나는 고속도로를 탔다. 한동안 일이 바빠 여유롭게 데이트를 즐기지 못하기도 했고, 날도 더워졌으니 저 멀리 시원한 물과 산바람이 있는 곳으로 떠나보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우리는 치악산 구룡사로 향했다.


구룡사는 연애 초기부터 자주 가던 곳이다. 구룡사를 지나 치악산 국립공원 산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 세렴폭포까지 갔다 돌아오는 것이 우리의 루트다. 이번에도 그리 하자 하고 차에서 내리던 찰라 아뿔싸. 내가 전날 발바닥을 크게 다친 것이 생각났다.


비오는 날 오랜 시간 잘못된 걸음 걸이로 걸어 발바닥이 찢어졌던 것이다. 아침까지도 이 때문에 아파 절뚝 거리며 걸어다녔던 것을 데이트 한다는 즐거움에 홀랑 잊어버리고 있던 것이다.


옆지기는 그냥 다시 돌아가자고, 드라이브 한 셈 치자며 나를 만류 했지만 오히려 내가 오기가 생겼다. 오랜만의 데이트고 더군다나 추억이 가득한 구룡사까지 왔는데 폭포는 봐야겠다는 심정이었다. 나는 운동화가 아닌 슬리퍼를 꿰어 신고 폭포로 향했다.


아무리 산바람이 시원하다 한들 30도를 웃도는 기온에 다리 다친 나와 발걸음을 맞추려니 등산길이 더욱 고되었을텐데 옆지기는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발이 아플세라 바닥에 조그만 돌 하나까지도 내게 주의를 주며 손을 잡아 주었다. 땀이 송글 송글 차오른 그 손을 맞잡으며 나는 더위도 고됨도 아픔도 다 잊을 수 있었다.


"그대, 옆지기만 내 곁에 있다면 나는 세상 그 어떤 험난한 길도 걸어갈 수 있겠구나. "


결국 저 날, 우리는 세렴폭포까지 가지 못했다. 족욕탕에 앉아 옆지기는 시원한 족욕을 즐기고 나는 그 옆 평상에 누워 산바람으로 땀을 식혔다.


한동안 그 곳에 머물며 시원함을 만끽한 우리는 다시 손을 맞붙잡고 왔던 길을 천천히 내려왔다. 김동률의 출발을 들으며 말이다. 우리 인생도 이 짧은 산행과 같을 것이다. 때론 다치기도 하고 험한 길이 나오기도 하겠지만 우리 함께 걸어간다면 그 어디라도 향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 가사처럼 작은 물병 하나, 먼지낀 카메라 하나 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