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땀이 무척이나 많은 나는 여름이 괴롭다. 이런 나를 위해 옆지기는 여름이면 내게 시원함을 선물하고 싶어 갖은 방법을 사용한다. 주로 한적한 산 밑 카페에 데려가거나, 대형마트에 들러 아이쇼핑을 즐기게 하곤 한다. 그러다 한번씩 이열치열의 방법을 내게 사용하곤 하는데, 그 날이 바로 어제였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우리는 준비 되지 않은 산행에 나섰다.
동네 작은 절을 품고 있는 한시간짜리 짧은 산행 코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와서는 나를 그리로 이끌었다. 산행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즐기지도 않는 내게 닥친 갑작으런 산행은 당황 그 자체였다. 통이 좁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차 트렁크에 늘 실려 있던 운동화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슬리퍼에 긴 치마 차림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쉼터-헬기장-99고개-정자-정상이라는 아주 짧은 코스라기에 까짓것 한번 해보지 하는 마음으로 발을 내딛었다.
시작부터 고난이었다. 108계단으로 유명한 대학을 졸업해 계단이라면 이골이 날 만큼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여전히 적응 안되는 계단이 입구에서 우리를 반겼다. 108계단은 무슨 1008 계단이었다. 오르고 또 오르고... 아아 저 끝이 천국에 닿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찰 무렵 드디어 계단이 끝이 났다. 도대체 왜 코스 제일 앞부분에 쉼터가 존재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계단이 끝나자 산행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 나무 줄기 올록 볼록한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어느새 헬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제서야 우리는 한 숨 돌렸다. 이제서야 산의 정취가 눈에 들어왔다. 덥지만 시원한 산바람과 옥구슬 굴러가는 듯 한 새소리 그리고 땀 범벅 되어 헉헉 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조금 웃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은 가봐야지 하는 마음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남들은 한시간만에 끝낸다는 정상까지의 코스를 우리는 2시간이나 걸려서 도착 할 수 있었다.
한숨 돌린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내려가자며 내려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내리막은 더 쉬운듯 어려웠다. 특히 옆지기는 내리막이 오르막보다 더 무섭고 힘들다며 내게 토로해 왔다. 나는 웃으며 답했다.
"자기는 살면서 늘 오르막만 걸어온 사람이잖아. 힘들어도 지쳐도 끝이 보이지 않아도 남들은 포기하는 그런 오르막을 오르고 또 올라오기만 한 사람이라. 내리막을 걸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 내리막이 참 어렵나봐. 그래도 인생에 오르막만 있지 않으니까 내리막 걷는 연습 이럴때 해보는거지, 뭐"
옆지기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그저 내 손을 잡아왔다.
"무서워. 잡아줘."
그렇게 우리는 땀 가득찬 손을 맞붙잡고 산행을 마쳤다. 내려오는 동안 식은 땀에 산바람이 불어와 서늘함이 느껴지는 것에 더해 약숫물까지 들이키니 더위는 어느덧 저 멀리 도망쳤다. 제대로 된 이열치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