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잘 몰라도 괜찮아

마춤뻡 쫌 모루면 어떼요?

by 섬세영

내가 숫자와 친하지 않은 것 처럼 옆지기는 글자와 친하지 않다. 글자 읽는 것이 싫어 만화책 조차 보지 않으니 그 정도가 얼마인지 가늠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일상생활 곳곳에서 글자와 친하지 않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가장 잘 드러날 때는 바로 맞춤법을 모를 때 이다.


책을 좋아하고 활자에 익숙하면 맞춤법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하지만 옆지기처럼 문자와 거리가 멀고 글자랑 내외 하는 사람이라면 표음문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 밖에 없다. 한참 돌려 돌려 말했는데, 간단히 말해서 옆지기는 소리나는 대로 써재낀다는 소리다.


'업써. 빨리 낳아. 닝걸. 세치기'


위 단어들은 오늘 하루동안 옆지기와 메신저를 주고 받으며 나온 파괴된 맞춤법 되시겠다. 나는 언어학을 하는 사람이다. 우연이었지만 필연적으로 시작한 언어학에 흠뻑 빠져 사는 나로썬 맞춤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아주 많이 놀라웠다. 내 주위에 맞춤법을 저정도로 틀리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인터넷에 괴담처럼 돌아다니는 맞춤법 파괴에 대한 이야기를 허구소설 정도로 느꼈으니, 처음 옆지기의 맞춤법 파괴술을 보고 뒤로 나자빠지는 줄 알았다. 처음에는 오타라고 생각했다. 두번째에는 저 사람 손가락이 두꺼워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번째가 되어서야 나는 정말 이 사람이 몰라서 저렇게 쓰는구나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하지만 나는 굳이 이 사람에게 맞춤법을 가르쳐 주려고 하지 않았다. 다 큰 성인에게 맞춤법 가르치는 것도 우스울 노릇인데다가 굳이 필요성을 못느껴서였다. 언어의 본질은 무엇인가. 결국 의사소통을 위해서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이 사람이 맞춤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의사소통이 안되고 있나? 전혀 아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 표음문자 최고다.


물론 내가 콩깍지가 잔뜩 껴서 이런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 한국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한국인이면 한국어를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는 한국어란 무엇인가. 언어는 결국 활자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문자로 언어를 가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맞춤법에 그리고 활자에 익숙하지 않은 옆지기의 표현을 듣다고면 감탄이 나오는 문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틀에 박힌 그런 활자 속 언어가 아니라 정말 살아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느껴 진다.


물론 누군가는 맞춤법을 잘 모르는 옆지기를 보고 무식하다고 할 수 있다. 그거야 말로 책 표지만 보고 내용을 판단하는 격이다. 내가 만약 옆지기의 맞춤법 파괴에 정이 떨어져 그대로 헤어졌더라면 옆지기가 가지 수 백 페이지의 매력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