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섬세영 Aug 13. 2023

코로나 2

아주 호되게 앓았다. 누우면 코가 막혀서 밤잠 이루지 못했다. 눕기만 하면 양쪽 코가 꽉 막혀버리니 앉아서 선잠 잘 수밖에 없었다. 아플땐 디비져 누워 푹 쉬어야 하는데 이걸 하지 못하니 피곤까지 겹쳐 회복이 더뎠다.


한 일주일 그렇게 잠을 못자고 나니 미각과 후각을 잃었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복숭아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슬퍼함과 동시에 후각과 미각 상실을 깨달았다. 미각을 잃으니 밥먹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나는 내가 무던한 입맛에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미각을 잃어보니 그게 아니더라. 맛이 느껴지지 않으니 먹는 행위가 지겨워졌다. 맛도 못느끼는데 먹어서 뭐 하나 싶은 마음 반, 식재료 아깝다는 마음 반으로 그냥 흰쌀죽만 잔뜩 끓여 며칠내 그것만 먹었다.


다행히 미각과 후각은 나흘만에 돌아오기 시작했다. 회복이 되었나 싶어 기뻤던 마음도 잠시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코와 목 사진을 다 찍어봤지만 염증은 깨끗이 나은 상태였다. 그야말로 원인불명의 잔기침인 것이다. 가래가 끓고 기침이 나왔다. 코맹맹이 소리를 내고 두통이 따라왔다.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 잠시간은 괜찮아졌지만 이내 곧 다시 기침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나는 꼬박 3주째 앓는 중이다. 환절기면 감기를 달고 살고, 비염때문에 늘 숨쉬기가 힘들지만 이정도 고통은 처음이다. 많은 분들이 쾌유를 기원해주고 응원의 말을 남겨주었다. 이에 보답하고자 얼른 낫고 싶지만 영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이리 오래 앓아보니 지난 날의 내 어리석음이 떠오른다. 아직 젊은 나이기도 하고 코로나 역시 3년 전에 비해 많이 약해 졌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코로나에 걸려 많이 힘들었다. 이러니 연세 있으신 분들이나 초반에 걸렸던 사람은 오죽 힘들었겠는가. 코로나에 걸려보고 나니 이전에 코로나 걸린 이들을 쉬이 넘겼던 내가 한심해졌다. 아무리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라 할지라도 남의 고통을 쉬이 여겨선 안됬다. 공감능력이 부족했던 지난 3년간의 나를 반성하는 중이다.


코로나. 어쩌면 인간이 야기한 이 질병에 인간이 고통받음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다가오는데 알게 모르게 일조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깨달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삶의 패턴을 이어 간다면 이토록 무서운 바이러스는 앞으로 더 자주 등장할 수도 있다. 코로나 3년간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했다. 제발 이 경험이 인간에게 예방주사가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