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지구] 엄마처럼만 살면 자연스럽게 에코프랜들리

by 섬세영

우리 엄마는 나를 키울 때, 면기저귀를 사용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저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음이다. 심지어 엄마는 직장도 다녔다. 할머니 손에 나를 맡기고 아침 일찍 출근 했다 해가 지면 집에 들어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반기는건 아무것도 모르고 말갛게 웃는 내 얼굴과 하루 종일 사용해 산더미 같이 쌓인 똥기저귀였다. 엄마는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수저를 놓고 일어나 다시 주부이자 엄마로서의 일터로 출근했다. 내 똥기저귀를 하나 하나 빨아 널어 놓고서야 엄마의 하루는 끝이 났다.


엄마의 삶은 그 이후로도 비슷했다. 으래 그래야 하는 줄 알고 무더운 한 여름에도 보리차를 끓여 유리병 가득가득 채워 놓았고, 폐식용유를 모아 빨래 비누를 만들어 사용했다. 옷은 낡아 구멍이 송송 뚫릴 때 까지 입고서야 버리곤 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사춘기를 보내는 나는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으리 다짐하는 철없던 어린애였다. 내가 구질구질하다고 여겼던 엄마의 삶은 친환경 그 자체였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엄마처럼 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엄마처럼 살 수 없는 것이었다. 여름에 땀 뻘뻘 흘려가며 보리차를 끓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워킹맘이 면기저귀를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일인지, 이제서야 느끼고 있다.


생수를 사 마시면 필연적으로 발생 할 수 밖에 없는 투명 페트병. 그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 한다 해도 어쨌든 일회용품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아주 쉽게 플라스틱에 든 물을 사마신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친환경을 외치면서도 나는 보리차를 끓여 마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덥고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에서 였다. 결국 나는 또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든 '브리타' 정수기를 택했다.


면생리대를 사용하면서 나는 엄마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한달에 고작 며칠, 그것도 손바닥만한 생리대 몇 장 빠는 것도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내가 쓴 생리대 빠는 것도 이리 귀찮은데, 아무리 자식이라 한들 푸짐하게 싸질러 놓은 똥기저귀를 빠는 일은 상상 그 이상으로 고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엄마는 끝까지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나는 엄마처럼만 살아도 내가 그렇게 외치는 친환경 라이프를 살 수 있다. 구멍 송송 난 옷은 작게 잘라 먼지 닦는데 사용하고 버리는 그런 삶. 내가 구질구질하다 여겼던 그 모든 것들이 지구를 위한,나아가 미래를 살아갈 나를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이제 안다.


나는 엄마처럼 살아가고 싶다. 굳이 친환경을 외치지 않아도 삶의 태도 속에 자연스럽게 친환경이 녹아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도 나는 엄마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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