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지구]내가 친환경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

그럼에도 친환경을 외친다.

by 섬세영

나는 직업이 많다. 새벽부터 오전까지는 떡집에서 일을 하고, 점심즈음부터 오후 시간은 학교에 가서 연구와 공부를 그리고 약간의 행정 업무를 한다. 그 사이 틈틈이 글도 쓰고 있다.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여기에서 필연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일회 용품들이 있다.


떡집에서는 스티로폼 트레이와 랩을 사용해 포장을 하고 있다. 루에도 백여개에 달하는 스티로폼을 소모한다. 그 뿐만 아니다. 그야말로 한번 쓰면 버릴 수 밖에 없는 비닐 랩도 하루에 수십 미터씩 사용 한다. 일회용 장갑도 수시로 갈아 끼니, 이것도 다 비닐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포장할 때만 일회용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판매 시에도 일회용품이 제공된다. 바로 비닐봉투이다. 이렇게 제조부터 포장, 판매까지 한팩의 떡이 나오기 까지 대여섯개의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것이다.


요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학교 로비에 비닐 우산 포장기가 준비된다. 물론 나는 새로운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한번 쓰고 버린 비닐을 주워 사용하지만 어쨌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비닐을 소비 하게 되는 것이다. 자리에 가방을 가져다 두고, 탕비실로 가 커피 한 잔을 탄다. 인스턴트 커피이다. 역시나 조그마한 비닐팩에 담겨 있다. 내 손가락만한 작은 비닐이 매일 아침 발생한다. 그 뒤 책상에 앉으면 오늘 봐야 할 논문을 프린트 한다. 적게는 10장, 많게는 백여장에 달하는 논문을 대여섯 편 정도 인쇄하면 그 종이 뭉치의 무게도 상당하다.


오전부터 점심 즈음까지 내가 발생시킨 쓰레기만 벌써 이만큼이다.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수백 개의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비닐이 쓰였다. 정말 비관적으로 말하면 내가 숨만 쉬어도 비닐이 소비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내가 친환경을 논할 자격이 과연 있을까?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존재 할 수 있을까?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숲속 생활인들도 비닐 봉투에 음식을 보관하고, 라면을 먹는다. 산골 오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비닐이 사용되는데, 도시 생활을 하는 우리가 과연 친환경을 논한다고 정말 친환경적 삶을 지속할 수 있을까? 수 많은 절망적인 생각이 줄줄이 떠오르지만 주저 앉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머릿속에서 지워서는 안된다. 우리의 삶 깊숙이 파고 들어 있는 일회용품과 비닐, 플라스틱을 자각해야 한다. 생분해가 된다는 랩을 찾아 사용하고, 일회용으로 전락할 수 있는 비닐을 한 번 더 사용해 우산을 감싼다. 이면지를 사용해 논문을 인쇄하고, 쓰레기를 버릴 때는 분리를 철저히 한다. 우리 삶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을 소거 할 수는 없지만 무감각하게 사용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모이고 모여 커다란 쓰레기 섬을 만든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적어도 재활용 될 수 있게, 선순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말이다.


나는 내가 밉지만 좋다. 쓰레기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내가 참으로도 싫지만, 그래도 적어도 다시 사용 되기를 바라는 내가 대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