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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Oct 24. 2023

내게 커리어가 있을까

지난 글을 발행하고 깊은 늪에 빠져 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보니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 


내게 커리어가 있었던가...?



나는 한참 사회의 일원으로 첫 걸음을 딛여야 하는 그 시점에 옆지기를 만나 안온한 삶을 살았다. 친구들은 대학 졸업 전에 입사하기 시작해 초년생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던 그 때,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미 정년이 보장된 삶이었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건물도 있고 적당한 일거리도 있고 하다 못해 나를 향한 넘치는 사랑까지 있었으니 옆지기는 내가 취업하는 것을 반대 했다. 당신 곁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랐다. 나 역시 그런 일상에 시나브로 젖어 들어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편안함이 무료함으로 변하던 그 즈음 우울과 불안이 그 기세를 타고 나를 덮쳤다. 침대는 나를 가두었고, 커튼은 나를 세상과 차단시켰다. 이런 나를 햇살 아래로 끄집어 낸 것 역시 옆지기였다. 네가 즐거울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좋으니 하라고. 뭐든 지원해 주겠다고. 그리고 내 선택은 대학원이었다. 내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것이 비록 오만에서 나온 허영일 지라도.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한 대학원 생활은 즐거웠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지식까지 모든 것이 다 흥미롭고 감정을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곧 다시 나를 더 깊은 우울과 불안에 빠뜨렸다. 졸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석사. 길어야 3년이면 졸업하는 석사를 나는 지금 4년째 다니고 있다. 여러 이유를 댄들 결국 내탓이다. 공부 하지 않고, 목적 없고, 열정없는 내 탓이다. 남들은 대학원 졸업후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고 있고, 나는 나이만 먹어 벌써 경력 없고, 경제력 업고, 결쟁력 없는 서른살이 되어 버렸다. 


나의 커리어라곤 연애 하고 졸업 못한것 뿐이다. 브런치에서 작가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 개중 제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내가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되다니. 참 이상한 노릇이다. 내 글은 대부분 좋게 말해 에세이 하찮게 말하면 일기에 불과 하다. 이런 글에 감히 수익이 창출되어도 되는 것일까... 부담스러운 마음에 한숨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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