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지구] 윈터타이어로 갈아 끼우며 생각이 많아 진다.

우리는 과연 자연을 정복 할 수 있을 것인가

by 섬세영



몇 해전 겨울, 큰 눈이 내렸다. 앙상한 겨울 숲에게는 포근한 이불이 되어주던 하이얀 눈송이들은 빌딩숲의 인간에게는 크나 큰 공포로 다가 왔다. 늦은 퇴근길에 들이 부어진 눈송이들로 인해 길은 통제되고 다양한 이동수단은 일순간에 인간의 발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였다. 오만가지 색으로 빛나던 찬란한 과학의 유산을 누리던 21세기의 사람들이 일순간에 과거의 인간들 처럼 눈 쏟아지는 길을 수 시간동안 걸어야만 집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자연 앞에서 인류의 과학 문명이 손 쓸 힘조차 내지 못한 것은 비단 저 해 겨울 뿐이 아니다. 올 여름 중부지방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로 서울의 가장 중심이라 불리는 강남 일대가 전부 물에 잠겨버렸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강남에 들렀다 발이 묶여 버렸다.


21세기 첨단 과학의 결정체인 많은 기계장치들이 눈과 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며, 정복했다 여긴 자연의 힘 앞에 다시 한번 납작 엎드릴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엎드린 척 했다. 이상 기후로 벌어진 자연의 무서운 힘을 경험하고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기후위기는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회용품 사용에는 생각이 더해지지 않고, 넘쳐나는 물질 속에서 편리함만을 추구한다. 그 속에서 매년 한 사람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늘어가고 기후 위기는 눈에 보일 만큼 가까이 닥쳐 왔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연을 과학으로 정복 할 수 있으리라 여기고 있다.


올 겨울에 또 폭설이 올 것을 대비해 타이어를 눈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윈터타이어로 갈아 끼우며 생각이 많아 졌다. 승용차가 내뿜는 탄소가 이미 210g이 넘는데, 멀쩡한 타이어를 새것으로 갈아 끼웠으니 여기에서 발생될 추가 탄소량이 얼마일지는 가늠하기조차 싫다.(종이컵은 5g에 불과하지만 종이컵 하나가 야기하는 탄소배출량은 그 두배가 넘는 11g에 달한다.) 폭설을 대비하기 위한 장치가 결국 폭설을 야기하는 아이러니를 곱씹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