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았다. 어디든 떠나야만 할 것만 같은 날이었다. 옆지기의 옆구리를 쿡 찔러본다.
"나, 전에 춘천 갔을 때. 그때 정말 좋았어"
나랑 살면서 말 속에 담긴 속뜻을 캐치하는 능력이 많이 좋아진 옆지기가 이내 이해를 마치고 답한다.
"그럼 오늘 날도 좋은데 춘천가서 레일바이크 타고 닭갈비 먹고 올까?"
그렇게 갑작스래 떠난 춘천여행은 시작부터 역시나 좋았다.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듯하다는 상투적인 표현만큼 날씨는 환상 그 자체였다. 가평휴게소에서만 판다는 잣과자를 사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만큼 말이다.
잣과자를 나눠 먹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춘천은 지난 여행의 기억과 같은듯 다른 모습이었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이 한결 수그러들고 가을의 청명함을 내뿜는 춘천은 색다른 멋이 있었다. 북한강을 감싼 삼악산은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었고, 들판은 수확의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한 이 시간이 소중하고 소중해 손에 핸드폰을 쥘 시간조차 없었다.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짧은 나들이었지만, 내 기억속에 저장된 그 시간은 아주 오래동안 저장되어있을 것이다. 코끝에 맴돌던 바람타고 온 냄새, 부서지는 햇살 속으로 펼쳐진 가을 풍경, 내 곁에서 손 잡아주던 옆지기의 온기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