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기록] 가을 날, 집 앞 공원에서

우리 시작이 좋아

by 섬세영

하늘은 높고, 나는 살찌는 이 가을. 옆지기와 일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의 네 계절을 사진으로 담아 남기기로 한 것.


사실 이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말이 나온 것은 벌써 몇 년도 더 전이지만 지금까지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왔다. 그러다 올 여름 이제 진짜 옆지기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을 기록으로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첩을 정리 하다 보니 옆지기와 함께 한 시간이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찍은 사진이 만만히 없더라고.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진 찍히는 것은 별로 즐기지 않는다. 반면 옆지기는 사진 찍는 기술이 영 별로지만 준비된 피사체의 면모를 보인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니 늘 옆지기의 단독 사진만 쌓여가고 내 사진이나 함께 찍은 사진이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이다. 더욱이 우리 두 사람 모두 여행지에서 인증샷을 기똥차게 남기는 일 보다는 눈에 담아오고 머리에 기록하는 일을 즐기다보니 삼각대 하나도 변변찮은 것이 없었다. 사계절 사진 기록의 첫 단계는 바로 이 삼각대를 구매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세상에 블루투스 리모컨으로 원거리에서 사진 촬영이 되는 기능까지 있는 삼각대가 단 돈 만 삼천원이라니! 이렇게 좋은 문물을 이제서야 접했다며 나와 옆지기는 출사를 나가기도 전부터 아이처럼 즐거웠다.


대망의 출사 당일. 내가 동네 산책을 하면서 찾아둔 공원의 포토 스팟으로 향했다.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쾌청했고, 우리의 복장 역시 완벽했다. 손에 손잡고 남은 손에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나서는 발걸음은 마치 초등학교 소풍날처럼 흥겨웠다. 공원에 도착하니 햇살마저 우리의 촬영을 도와주려는 듯 멋진 조명이 되어 주었다.

동네 한가운데 있는 공원이라 평일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얼굴에 철판 깔고 삼각대를 셋팅했다. 준비한 소품을 들고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다행히 운동하던 주민 분들이 적당히 모르는 척 하고 지나쳐 가주셔서 덜 창피하고 더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삼 십 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의 촬영이었지만 우리 둘에게는 30년 남을 사진과 그 이상 기억될 추억이 생겼다.


이 사진을 첫 걸음 삼아 남은 계절도 옆지기와 함께 사진을 남겨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