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출품작입니다.
언제나 그곳의 당신께 보냅니다.
날이 참 덥습니다. 정수리 위의 태양조차 자신의 열기에 더운 숨을 내뱉는 여름입니다. 그대는 건강하신가요. 더우면 홀딱 녹아버리고 추우면 꽝꽝 얼어버리는 아이스크림 같은 저는 올여름을 견디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 해도 아직 뜨지 않은 시간임에도 집을 나와 버스에 오르는 그 찰나의 시간동안 이미 목덜미에 땀이 흥건해 지더군요. 태양이 대지를 달구는 시간에는 실외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조차 못하던 나날이었습니다. 이럴때면 제가 실외활동보단 실내에서의 시간을 즐긴다는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대는 이 시간을 어떻게 지내고 있으신가요.
뜨거운 여름의 대척점에 있는 겨울을 이야기를 하면 이 더위가 좀 잊혀질까요. 몇 해 전 겨울, 온 대지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앙상한 겨울 숲에게 포근한 이불이 되어주던 하이얀 눈송이들은 빌딩숲의 인간에게는 크나 큰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늦은 퇴근길에 들이 부어진 눈송이들로 인해 길은 통제되고 다양한 이동수단은 일순간에 인간의 발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였습니다. 오만가지 색으로 빛나던 찬란한 과학의 유산을 누리던 21세기의 사람들이 일순간에 과거의 인간들처럼 눈 쏟아지는 길을 수 시간동안 걸어야만 집에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기계 장치들이 눈과 추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며, 정복했다 여긴 자연의 힘 앞에 다시 한번 납작 엎드릴 수 밖에 없던 겨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만의 공포였을까요. 인간은 그 시간들을 벌써 잊은 듯 합니다. 당신의 소중함을 더이상 잊어버려선 안됩니다.
그대여. 저는 그대가 늘 그렇게 저의 곁에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대가 제게 내어 준 솜사탕 같은 바람은 더운 여름의 손수건이 되어 주었고, 그대가 보여주는 형형의 아름다운 색은 시간과 함께 제 곁에 늘 있으리라 여기었습니다. 이제 당신이 제 곁에 머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제는 누구나 알지만, 쉬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제가 당신께 받은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저는 당신이 주는 것을 당연히 생각했습니다. 당신께 받은만큼 돌려줄 수는 없지만 이제서라도 당신을 위해 제 모든 것들을 바꿔서라도 변한 당신의 마음을 돌려놓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와 우리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 하나 하나까지 당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당신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기 위해 어린시절 외쳤던 '아나바다' 구호를 다시 한번 목소리 높혀 합창해봅니다. 무심코 사용했던 일회용 컵이나 물티슈 사용부터 줄여나가고, 새 물건의 구매보단 중고거래를 애용하겠습니다. 사소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당장의 편리보다 당신께 이로운 방향의 소비를 지향하겠습니다. 당신께서 선물한 계절을 거스르며 대항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나의 작은 날개짓이 당신께 그리고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늘 염두하겠습니다. 우리가 당신 속에 살아감을 늘 명심하겠습니다.
그대여. 제가, 그리고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더라도, 다시 한 번 제 곁에 예전과 같이 머물러 주실 수 있으신가요. 당신이 주던 그 모든 것이 그립습니다. 지상의 모든 색을 뽐내는 꽃 사이로 홀로 분주한 꿀벌들의 음악소리를 듣고 싶고,이끼 내음 가득한 흙 속에서 고물고물 움직이는 달팽이를 보고 싶고,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벼 사이를 가르며 장독대 속 고추장보다도 더 붉었던 그 잠자리들과 달리기 시합을 하고 싶고, 순백의 눈 사이에 살며시 내려 앉은 고니들의 우아한 춤사위를 감상하고 싶습니다. 당신께 이 모든 감사를 받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저, 그리고 우리가 함께 변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저의 작은 소망과 행동이 그대에게 닿기를 희망하며 이만 줄입니다. 언젠간 그대께서 행복한 미소로 저를 찾으실 그날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2022년 8월 23일.
당신을 그리는 이가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