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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주머니에 차고

- 찰스 부카우스키 지음/로버트 크럼 그림/설준규 옮김

언더그라운드의 전설. 찰스부카우스키의 말년 일기



사실 부카우스키가 미국에서 유명한 작가인지는 몰라도 내게는 매우 낯선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단하나도 읽어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책을 선택했나.

그것은 책 제목의 영향이 크다.

죽음을 앞둔 대작가의 마지막 여생이 궁금했고 더구나 일기체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으니 작가의 내밀한 정서를 파악하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바라보는 죽음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독일 출신의 미국 소설가이자 시인, 시나리오 작가였던  찰스 부카우스키(1920~1994)


그가 바라보는 죽음. 책을 읽기 전에는 죽음에 대한 형이상학적 측면을 다루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이럴 테면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 내면의 불안감.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과도평가 또는 과소평가 등.


이런 내용이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실제 내용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는 중독에 가까운 도박 경마와 욕설을 거침없이 쏟아붓는 욕쟁이 할아버지이며 술과 담배는 항상 칵테일처럼 짬뽕하여 즐기는 유쾌한 쾌락주의자이다.

더구나 죽음에 대한 철학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고상한 철학적 이야기도 없으며 애써 현학적으로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그는 죽음에 대한 절대 예찬론자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난 죽음을 왼쪽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때때로 꺼내서 말을 건다,


"이봐, 자기, 어찌 지내? 언제 날 데리러 올 거야?

 준비하고 있을게."

그는 위스키와 담배, 경마 속에서 하나의 말을 잉태했다


그의 마지막 일기는 1993년 2월 27일 오전 12시 56분이다. 사망 일 년 전까지의 기록들이다.

어느 곳을 펼치더라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감은 전혀 발견할 수가 없다.

삶의 종착점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지만 경마와 술, 담배를 쾌락적으로 즐겼으며 때로는 글을 쓰기 위해 매킨토시 앞에 앉았다. 그것이 작가인 자신에 대한 의무이자 살아 있는 생에 대한 예의였을지 모른다.

그의 도박과 술은 그의 글을 쓰기 위한 준비 동작인셈이다.


한 때 난 무지막지하게 술을 마셔댔다. 미칠 정도로. 그게 말의 날을 세우고 말을 끌어냈다.

그리고 난 위험이 필요했다. 

그게 말의 자양분이었다.


미국 서점에서 책을 가장 많이 도둑맞는 작가이지만 이 책에서는 고상한 내용을 일체 담지 않고 자신의 생각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다.

거친 입방아도 작가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주위 사람들과의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때론 냉소적이기도 한 그의 말과 행동은 더욱 친근스럽게 다가온다.

그의 책이 더 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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