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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홍콩 섬의 Show Time

- Symphony of light  그리고 몽콕의 야시장


카우룽 선착장으로 나오자 사람의 물결이었다. 

더구나 근처 버스 터미널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들과 방금 스타 트렘을 타고 빅토리아만을 건너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나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Symphony of light가 시작될 시간이다. 바닷바람은 약간 서늘했지만 홍콩섬의 마천루에서 뿜어내는 빛의 열기로 인해 밤은 따듯했다.

나는 카우룽 공용 선착장 2층으로 이동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홍콩섬을 향해 자리를 앉아 있었다.

저녁 8시 시간이 다가올수록 바다는 출렁거렸고 구경꾼들은 바다를 응시하며 침묵하고 있었다. 

언제쯤 시작될까?

주변의 젊은 연인들은 서로 몸을 감싼 채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카우룽 공용 선착장 근처의 침사추이 시계탑과 그 밖의 조형물


멀리 홍콩섬의 대관람차가 원형의 형광빛을 뜨며 마치 외눈박이처럼 보였다. 그리고 국내 대기업의 뚜렷한 로고가 고층건물의 유리창에서 빛을 뿜고 있었다.


드디어 웅장한 Back Music이 하늘과 바다 위에서 쏟아져 나오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내레이션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바닷길을 건너 마천루 높은 빌딩에서 초록색으로 피어올랐다.  

순차적으로 거인 로봇이 레이저 빔을 쏘듯 밤하늘에 우주 전쟁이 벌어졌다. 구경꾼들은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거대 도시가 만들어 내는 첨단 미술품을 감상했다.

저녁 8시 Symphony of  ligt 가 시작되다


약 10분 동안 이뤄지는 Symphiny of light심포니 공연을 본 후 나는 페리 선착장 광장에 있는 시티 투어 버스를 올라탔다. 카우룽 반도의 거리 곳곳을 구경하고 싶었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낯선 버스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 동포들의 목소리.

나는 매번 순간적으로 한국어가 중국어처럼 들리는 착청현상에 빠지곤 한다. 

한국어 같으면서도 중국어 같고 중국어 같으면서도 한국어 같은 묘한 울림들. 왠지 편안함을 느낀다.

버스는 시내 중심가를 달리다가 점차 주변부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리고  몇몇 남지 않은 승객들 속에서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디서 내려야 하는 것인지. 이 낯선 곳에서 혹시 길을 잃지는 않을지. 무사히 나의 잠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이런저런 불안감이 엄습했다. 

시내 주변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활기찬 상가의 밀집된 아파트와 주택단지만 보였다. 나는 몽콕 야시장 근처에서 내렸다. 

화려한 광고판이 특색인 몽콕 야시장


몽콕 야시장의 거리는 무척 화려했다. 넓고 큰 오색찬란한 광고판이 건물의 절반을 뒤덮고 있었다. 아주 보기 드물게 한국어 광고 간판도 보인다.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야시장에서 펼쳐져 있었다.

계산기를 사이에 두고 상점 주인과 흥정을 주고받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나는 정처 없이 걸었다. 어느새 보슬비가 지친 어깨에 내렸다. 밤은 깊어갔고 가로등은 고개를 숙였다. 

무수한 사람들이 길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이 순간의 접점에서 우연적인 찰나의 만남을 갖고 있는 우리들.


나는 멀리 한국에서 왔고 당신들은 어디서 온 사람들인가.  

수많은 사람들과 드넓은 지구의 땅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이렇게 스쳐 지나가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우리의 관계. 몽콕에는 비가 계속 내렸다. 

나는 빅토리아만 바다 밑을 지나 성완역으로 돌아와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허기진 배는 주체할 수 없었고 맥주는 더욱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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