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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그 황금의 전각

- 교토, 킨카쿠지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눈이 베이다.

오미야 역 근처에 있는 스마일 호텔에서 아침을 맞았다.



너무 넓은 Room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침대가 자그마치 5개나 되었다.

숙박을 담당하는 호텔리어가 어떤 이유를 설명하면서 룸 키를 준 것 같은데 아직도 나는 이해를 못하고 있다.

간밤 패밀리 마트에서 산 기린 맥주 빈 캔이 일본 동전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하얀 커튼을 젖히고 창 밖을 보았다. 여전히 흐린 날씨. 하늘에는 엷은 흑백의 구름들이 넓게 퍼져 있었다.


정갈한 도로 위로 시내버스가 전조증을 밝히며 달리고 길가의 파란 신호등이 아침을 맞아 번쩍 눈을뜨고 있었다. 암갈색 기와를 얹은 지붕은 기러기의날개를 펼친 것처럼 보였다.


오늘은 금각사와 용안사, 청수사를 거쳐 기온 거리로 다녀와야 한다. 바쁜 하루 일정이 될 것이다.

호텔 밖으로 나오자 비는 이미 그쳐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한결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아침을 먹기 위해 이리저리 걸으며 식당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탄 젊은 친구들이 검은 도로를질주하였고 서류가방을 든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들은 바쁜 걸음으로 버스 정류장과 전철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미야 역과 그 근처 동네 풍경들


마침 전철역 근처에 작은 식당이 보였다.

출입문 입간판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들이 여행자의 허기진 배를 유혹하였다.

대략 가격은 400엔에서 500엔 사이. 이 정도면 아주 저렴한 한 끼의 아침 식사였다.

나는 드르륵 문을 열고 실내를 두리번거리면서 주인장을 찾아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아침 손님들은 보이지 않고 주인장은 주방에서 음식재료들을 다듬고 있다가 나를 보고 메뉴판을 들고 왔다.

나는 묵묵히 의자에 앉아 침묵을 유지한 채 조용히 손가락으로 500엔 짜리 음식을 가리켰다.

그리고 주방에서 뚝딱뚝딱하더니 밥 한 그릇과 된장국, 돼지 볶음 조림을 내놓았다.

맨밥 위에는 썰은 고추와 반숙 계란 프라이가 맛나게 얹혀 있었다.

단출한 아침상이었지만 배고픈 나그네에게는 황후의 밥상보다 더 풍성했다.



그리고 호텔 주변 버스 정거장에서 금각사행 12번 버스를 탔다. 어젯밤 호텔 카운트에서 본 버스 노선표를 확인했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아침 출근과 등교 시간과 맞물려 버스는 이내 복잡해졌다. 그리고 버스는 쉼 없이 계속 달렸고 그럴수록 내 마음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킨카쿠지'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야 하는데 감감무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듯 버스는 시내 외곽으로 달리고 있었다. 결국 버스는 종점에서 멈추었다.

버스 안에는 나 혼자였다.

운전기사는 나를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너 어디 가냐"라고 물었다.

나는 "킨카쿠지"라고 짧게 답하자 그는 버스 노선 지도를 펼치더니 나에게 뭐라고 자세히 설명을 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엉뚱한 버스를 탄 여행자를 위해 최대한 친절을 베풀었지만 급기야 인내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마지막 기회라는 눈빛으로 전방에 있는 버스를 가리키며 '카타오지 호리카와'라고 반복 재생하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앞에 있는 버스를 타고 카타오지 호리카와라는 곳에서 내려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아마 거기서 '킨카쿠지'로 가는 버스가 있는 모양이었다.

다시 종점에서 버스를 탔다.

주변 풍경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말랑말랑한 일본 여성의 안내 방송이 나오는 스피커에 초집중했다.

그리고 도착한 '카타오지 호리카와'. '킨카쿠지'로 가는 버스 환승역이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대학생인 듯한 젊은 여성에게 킨카쿠지행 버스를 확인했다.

금각사는 그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정류장에는 수학여행 온 많은 학생들과 많은 관광객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네모 난 나무 두 개가 대문 역할을 하듯 바닥에 박혀 있고 문패식으로 '금각사'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소위 일주문이라 불리는 '흑문'이라는 곳이었다.

주변에는 비에 젖은 푸른 잎사귀와 이끼들이 흐린 하늘과 대조적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금각사의 첫 번째 출입구인 '총문'을 통과하여 매표소에서 입장 티켓을 구입하였다.

여느 티켓과 달리 하얀 한지에 '금각사리전 어수호'와 '가내안전'과 '개운초복'이라는 한자를 적었는데 '이곳은 부처님 사리를 모시는 곳이며 집안의 행복과 평화,  삶의 행운과 복을 기원한다'는 내용인 듯했다.

흑문과 부적 같은 입장권 그리고 금각 녹원사 지도


'참배문'을 통과하자마자 정말 한마디로 인산인해이다.

특히 검정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온 것인지 한 무더기로 서성거렸고 노란 모자를 쓴 어린 학생들도 인솔교사를 따라 병아리처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황금빛 금박을 입힌 '킨카쿠지'가 공중에서 빛나고 있었다.

미시마 유카오의 '금각사'라는 소설을 읽고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사찰이었다.

그는 소설에서 "찬연히 빛나는 환상의 금각으로 어둠 속의 현실의 금각이 일치하는 유례없는 허무의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라고 표현하였다.  

미시마는 1950년 7월 2일 일어난 금각사 방화사건을 '아름다움에 대한 반감'으로 설정하고 이것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였다. 금각사는 그에게 미의 상징이자 극복의 대상이었으며 아름답지만 소유할 수 없는 질시의 대상이었다. 소유할 수 없는 것은 파멸뿐이며 이것이야 말로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를 찬연히 빛나는 환상의 금각이라고 표현했다


금각사는 전체 3층이다. 순금 20킬로그램과 금박 20만 장이 들었다고 한다.


1층은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침전과 거실로 사용하였고 2층은 귀족을 의미하며 무가 스타일,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3층은 천황을 의미하며 중국 당나라 양식의 선종 불전 스타일이라고 한다.


1층은 건물의 기단부 역할을 하며 2층과 3층은 옻칠을 한 후 금박을 붙였고 화백나무로 겹쳐 만든 널빤지로 지붕을 올렸다. 맨 지붕 꼭대기에는 황금빛 봉황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교코지 연못에 대칭으로 비친 '킨카쿠지'의 물결치는 모습은 더욱 아름다웠다.

화려한 조각 양식이나 다채로운 색채도 없는 직선 위주의 단순한 전각이 이토록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오랫동안 지켜보았지만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냥 마음 한 구석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아름답구나라는 느낌이 일어났다.

교코지 연못을 따라 관광객들이 금각사를 배경으로 줄지어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비단잉어들의 비린내가 남색 꽃잎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와 푸른 소나무 향과 일체를 이루더니 아름다움에 취한 내 마음을 더욱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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