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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보고 또 보고 #1

- 기온의 사찰 거리에서 캐널시티의 분수쇼까지


#도심 속의 사찰, 도초지와 쇼후코지


뜻밖의 보물이 도심 사찰 속에 숨어 았었다.

고큐쇼마치 근처의 ‘도초지’

기온 역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사찰.

사실 이토록 유명한 사찰인지 몰랐다.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경내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광경을 보고

이곳에 특별한 뭔가가 있음을 직감했다.


마치 같은 일행인 것처럼 행사하며 2층으로 따라 들어가자 엄청난 목조 대불(다이부츠)이 나타났다.
1988년부터 4년간 제작했다고 하는데 높이가 10.8미터 무게가 총 30톤이 된다고 한다.


가부좌 자세의 부처를 나무로 조각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연꽃 문양의 등받이를 만들어 중간중간에 불상들을 새겨 넣었고 심지어 부처의 '나발'(나사 모양의 부처님의 머리털)에서 부처의 몸을 감싸고 있는 비단 휘장의 미세한 무늬까지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다이부츠와 5층의 고주노트 그리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후쿠오카 여인들


높게 달린 나무 창으로 들어오는 빛 무더기를 받으며 부처의 염화미소가 빛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대목불에 취해 카메라 촬영을 금한다는 안내문도 보지 못한 채 폰카메라를 연신 눌렀다.

이윽고 바깥으로 나오자 5월 초순의 햇빛이 도초지 마당을 내리쬐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작은 나무 평상마다 후쿠오카 여성들이 전신주 참새들처럼 각자 앉아서 모두 간식거리를 먹고 있었는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도초지'마당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저렇게 골똘히 하는지를 알 수 없었지만 한낮의 외로움들이 절 마당에 가득했다.

예전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비 내리는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여인이 생각났다.

그 여인도 아주 쓸쓸하게 떠남과 도착의 비행을 반복하는 활주로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806년에 건설한 고찰과 2019년의 후쿠오카 여인들.

그 무엇의 이유이든 번거로운 세상 잡사를 잠시 이곳에서 잊을 수 있다면 절집의 역할을 다한 셈이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후쿠오카의 사찰은 시민들의 휴식처인 동시에 일본 불교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이다.

'도초지'주변에는 1190년대 창건한 일본 최초의 선사인 '쇼후코지'절과 여러 사찰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야요이켄'에서 식사를 마친 후 산책 겸 '기온 사찰 거리'를 찾아 나섰다.

자전거를 탄 직장인들의 페달 밟는 소리와 간간이 자동차 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사찰의 긴 담벼락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자 '쇼후코지'가 나타났다.

그저 이 고요한 아침의 경내를 천천히 산책하고 싶었다.

사찰 경비원도 도량의 스님도 신도도 없는 '쇼후코지' 경내.

기온 사찰거리의 쇼후코지와 사찰들


바람에 흔들리는 높은 나뭇가지에서 새소리들이 합창하며 아침 하늘을 걷고 있었다.

오디 빛보다 검은 낡은 사찰들이 푸른 잎사귀들 사이에서 고즈넉하게 자리를 잡았고 모두 오랜 시간을 견뎌온 인내심으로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쇼후코지 뒤편으로 이어진 좁은 길을 따라 걸어가자 다양한 사찰을 만날 수 있었다.

모두 아담한 단층 건물이었고 절문을 열어 두어 출입은 자유로웠다.

역시 일본 사찰의 정원은 모래와 바위, 나무를 중심으로 '선의 정신'을 구현한  '젠 스타일'이었다.

예전 교토 '은각사'와 '용안사'에서 보았던 정원과 거의 유사한 방식이었고 또 다른 한쪽 구석에는 망자들의 비석 무덤들이 조각상처럼 전시돼 있었다.


#캐널시티 분수쇼


'덴푸라 다카오'에서 돼지고기와 채소 튀김을 안주삼아 시원한 아사히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나오자 흥이 넘쳐 어깨춤이 덩실덩실거리며 캐널시티 쇼핑점을 요조조모 구경하고 있을 때 1층 중앙에 있는 운하에서 분수들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오색찬란한 조명을 받고 춤추는 무희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애초 분수쇼를 예상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의 기쁨과 같이 나는 다소 흥분된 마음으로 1층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곧바로 'sing sing sing' 노래가 신나게 쏟아져 나오더니 분수들은 일제히 아이돌 그룹의 군무처럼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과 근육, 골격을 가진 생명체처럼 비비 꼬고 비틀며 치솟아다가 내려앉았다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어지럽게 춤을 추었다. 때론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캉캉 춤처럼 늘씬한 다리를 추켜올리는 듯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기계 춤을 선보인 물줄기는 이내 자신의 키를 낮추더니 유유히 운하로 빠져나갔다.

약간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는데 잠시 후 또 다른 쇼가 준비되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염치 불고하고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첫 번째 공연은 관객들이 그저 구경하는 분수쇼였다면 두 번째 공연은 일정한 스토리를 가지고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캐널 아쿠아 파노라마의 한 프로그램인 'SPACE INVADERS GROOVY'는  우주 침략자들을 관객의 힘찬 박수소리로 격퇴한다는 이야기였다.

관객들은 스크린에 비친 게임 화면의 신호에 따라 박수를 치면 미사일을 발사하여 우주 침략자를 공격한다는 설정인데 화려한 3D 맵핑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마침내 관객들의 박수소리에 맞춰 침략자는 격퇴되고 박수소리가 커질수록 분수는 더욱 현란하게 몸부림치며 공중으로 솟아올랐고 스크린에는 화려한 카드섹션 같은 형형색색의 빛깔들이 춤을 추었다.


예전 마카오의 '윈마카오 호텔'에서 보았던 분수쇼를 떠올랐다. 

그때 처음, 물의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한동안 분수대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는데 이곳 후쿠오카 캐널시티의 분수쇼는 그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주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외에도 '에바게리온'과 '고질라 하카다 상륙'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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