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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보고 또 보고 #2

- 동네 서점 찾아가기, 북스 큐브릭과 츠타야 서점


# 북스 큐브릭(BOOKS KUBRICK)


'기온역'에서 '텐진역'까지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조차 하지 않은 채 구글 맵에 의존하여 천천히 걸었습니다.

캐널시티와 나카스 강을 지나 곧바로 직진을 하자 텐진역과 '돈키호테'가 나오고 이어서 '다이묘 거리'가 나타나더군요.

나의 목적지는 'BOOKS KUBRIC'이기 때문에 조금 더 걸어서 내려가야 됩니다.

언제나 도시를 찾게 되면 꼭 방문하게 되는 서점인데요, 거대 자본이 투입된 대형 서점보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 독립서점을 찾게 됩니다.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다양한 모임과 강좌들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고 지역문화의 거점으로써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주인장의 개성 넘치는 북 컬렉션과 예쁘장한 실내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굿즈 등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죠.


이미 30분 넘게 걸었는데 아직 북스 큐브릭은 나오지 않고 땀 만 흘러내리는군요.

텐진역까지 전철을 타고 걸어갔다면 쉽게 도착했을 텐데 왜 사서 고생을 할까요?

저는 여행을 갈 때마다 '경성의 구보씨'처럼 이리저리 걸으며 도심의 풍물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관찰하곤 합니다. 그것도 여행의 별미입니다.

드디어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가 가로수를 이룬 아카사카 거리에 '북스 큐브릭 서점'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변에는 예쁜 카페들의 알룩달룩하게 메뉴를 적은 입간판과 출입문 앞에는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군락을 이뤄 더욱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더군요.

아직 정오를 넘기지 않은 시간인지 서점에는 한산해 보였습니다.

작고 아담한 하지만 한국의 '1982년생'까지 판매하고 있는 알찬 서점 북스 큐브릭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실내 공간은 그렇게 넓지 않았습니다.


대략 15평 정도의 작은 규모였는데요. 정겹게 나무로 바닥을 깔고 그 위에 책장을 올려 형형색색의 책을 배치했습니다.  둥근 조명등 아래에서 책들은 더욱 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더군요. 


다양한 책과 재즈 음악이 어울린 실내는 고소한 빵 냄새와 함께 매우 감각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온갖 활자들이 책 속에서 빠져나와 공중을 부유하는 듯한 착각이 들더군요.


한국 작가 김지영의 '1982년생' 일본판도 매대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이 소설과 BTS의 영향으로 반세기 동안 닫혀있던 일본의 출판시장이 열렸다고 하더군요.

북스 큐브릭은 ‘케야키도리’지역의 높고 푸른 느티나무들이 서점을 감싸고 있어 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 마치 숲 속에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냥 나오기 무안하여 사진이 가득한 '도쿄 책방'과 관련된 도서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내 생애 최초로 구입한 일본 책이었습니다. 2001년 설립된 그곳이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구입했습니다.



#츠타야 서점(TSUTAYA BOOKS)


후쿠오카 츠타야 서점은 책방이라기보다 거대한 생활잡화점의 분위기입니다.

이미 서점의 개념이 순수한 책만 판매하는 고전적 방식에서 벗어나 책을 중심으로 음료와 알코올, 빵 등이 결합된 카페 방식과 다양한 생활용품과 어울린 복합 서점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츠타야 서점은 잘 알다시피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취향을 설계하고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설정하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했습니다.
스타 벅스와 숲을 서점 안으로 들여와 고객의 취향을 설계하는 츠타야



2층 공간에 마련된 츠타야 후쿠오카 지점의 첫인상은 서점이라는 느낌보다 백화점의 한 매장을 방문한 듯합니다. 신간도서와 베스트셀러를 알리는 입간판도 없으며 책이 진열된 매대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중앙에는 '스타벅스'가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으며 '와인' 판매점도 낯설게 자리 잡고 있어 정체성이 애매모호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왜 츠타야가 '고객의 취향과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일반적인 도서분류법으로 책을 배열하지 않고 '연관 주제어'방식으로 책을 배열하고 그와 관련된 '오브젝트'를 적절히 배치하여 입체적인 서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선택한 책은 실제 활동의 영역까지 연결되어 있는데요, 그야말로 하나의 서고는 '하나의 세계 '를 구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예를 들면 '리빙'코너에서 자수 관련 도서와 오색실을 감은 실패를 함께 진열하여 실제로 자수 동호회 활동까지 이어지도록 연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자수와 관련된 다양한 도서를 연관성 있게 배치함으로써 고객의 지식정보를 총체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설계한 셈이죠.

이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공간도 원목 가구와 푸른 관엽식물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마치 고요한 숲 속에서 책을 읽는 듯한 경험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츠타야 서점의 연이은 부진에 따라 폐점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일본의 서점 시장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더욱더 서점은 호텔과 식당 속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Book & Bed처럼 책과 함께 하룻밤을 지내는 보다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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