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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씨가 어떻게 소설을 써왔는지를 이야기한 책이고,  그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다




#모든 작품은 작가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우리는 작품 자체만 감상한다면 온전한 감동을 누릴 수 없다. 작품의 감상 방법이 총체적인 관점에서 이뤄진다고 할 때 그중에서 작가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은 중요한 요소이다. 이 책은 하루키의 소설에 대한 사고방식과 그의 창작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단 한 편의 소설로 '소설가'라는 입장권을 받고 무려 3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작품을 써온 그의 창작 에너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누구나 반짝이는 재능으로 소설가는 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작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 '둔해 빠진'일이라고 한다. 오직 소설가는 줄기차게 생산해 내는 작품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며 그것이 자신의 존재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작은 성공으로 소설 외적인 돈벌이와 명예에 사로 잡혀 자신의 본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소설가로서 생명은 단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잡문을 쓰고 문학상 심사 위원으로 일하고 대학 강단에 서고 외부 강연이나 대중매체에 출연하며 여러 문인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일은 자신을 갉아먹는 치명적 활동들이다. 


하루키는 일체의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오직 창작에만 몰두하는 소설가이다. 그래서 그는 노벨 문학상 자체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작가이다. 오직 자신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해 묵묵히 소설을 쓸 뿐이다. 


하루키는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비록 군조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평단의 반응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못했다. 고명한 작가 밑에서 창작 연습을 해 본 적도 없으며 소설 작법이라는 이론적인 공부도 하지 않고 진구 구장에서 벼락같은 하늘의 계시를 받고 신주쿠에서 만년필과 원고지를 산 후 써 내려간 소설이 그의 첫 작품이다. 


# 이 책에서 그는 창작의 방법과 과정을 소상히 소개한다.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게 된 경위와 그 방식은 하루키의 오리지낼리티가 되었다. 그는 소설의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간결하면서 독특한 문장 형태를 만들어 낸다.

짧은 문장을 조합하는 리듬감, 번거롭게 배배 꼬지 않는 솔직한 말투, 자신의 감정이 담긴 적확한 묘사,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일부러 쓰지 않고 깊숙이 감춘듯한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 특히 그 리듬감은 재즈의 운율과 가락에서 찾으면서  자유로운 문장들이 조합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그는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 어떤 소설이 읽히는지 전혀 모르는 보통 사람에 불과했다. 단지 국어 선생이었던 부모의 영향으로 러시아 소설과 영어로 된 페이퍼 백만 열심히 읽었던 독서가에 불과했다. 그것이 문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지 않고 자기가 생각한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많은 예술가들이 갖고 있는 창작의 고통 즉 '라이트 블록'을 느끼지 않는 작가이다.

하루키는 마감 시한이 없으며 자신의 시간을 지배하며 자유롭게 창작하는 작가이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강한 욕구만이 그의 유일한 창작의 에너지이다. 소위 '뇌 캐비넛'을 마련해두고 창작의 소재들을 항상 기억하고 비축해 둔다. 소설의 스토리는 이미 머리 속에 그려져 있고 소설을 쓸 때마다 '뇌 캐비넷'에 있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을 끌어내어 조합하는 방식으로 거침없이 써내려 간다. 그리고 수없이 반복되는 고쳐쓰기에 돌입한다.


한 문장을 수없이 다시 읽으면서 여운을 확인하고 말의 순서를 바꾸고 세세한 표현을 변경하는 등의 망치질을 나는 태생적으로 좋아합니다. 교정지가 새까매지고 책상에 늘어놓은 열 자루 정도의 hb연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볼 때마다 희열을 느낍니다.


하나의 작품을 잉태하기 위한 고역은 고통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적인 기쁨인 셈이다. 이 끊임없는 창작의 지속성과 집중력을 가지기 위해 오랫동안 마라톤을 해 왔고 창작의 자유로운 분위기인 해외에서 '노르웨이 숲'과 '댄스 댄스 댄스'등 많은 작품들을 써왔다.


예비 소설가들을 위한 창작 방법으로 세상과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강조하고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창작하기를 강조한다. 소설을 쓰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며 자신을 위한 자기 치유적인 측면이 있다고 한다.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마루야마 겐지는 매우 비슷한 소설가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소설 외적인 일은 일체 행하지 않고 도쿄를 떠나 있으며 몸의 단련에 관심이 매우 많다. 더구나  소설가로서 입문도 유사하다. 이 책과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를 읽어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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