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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겨울

-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나승주 옮김

상아탑에 갇힌 스페인 문학을 대중의 품으로 돌려준 기념비적인 작품



리스본의 겨울. 이 소설의 작가 '무뇨스 몰리나'는 리스본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낮에 분홍색과 황토색이 감도는 도시. 바다의 광채에 대비해 가벼운 안개가 잦은 도시 리스본. 어두운 기운처럼 그 음절에서 향기가 묻어나는 도시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대도시이지만 작가는 화려하거나 웅장한 세련미를 지닌 도시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우울함과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도시의 골목과 비밀스러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안개와 같은 도시이다. 


이 소설의 주된 배경은 스페인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주인공들이 지향하는 장소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이다. 왜 작가는 리스본일까?

프랑크 정권 이후 정국의 혼란 속에서 탄생한 이 소설은 스페인의 암울한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스페인에 대한  향수는 남아 있지 않았다 스페인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자들을 추방하는 배은망덕한 땅이고 시샘의 땅이었다 '비랄보' 그도 추방당한 자가 아니었나
리스본의 겨울, 블로그 참조

이 소설에서 정치적인 배경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20세기 말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이 무너지고 난 이후의 스페인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자유의 범람 속에서 기층 민중들의 욕구와 바람은 사회 현실 속에서 외면당하기 일수였고 대중은 분노했다. 따라서 그들에게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다.  어쩌면 리스본은 주인공들에게 하나의 망명지이며 현실 도피처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리스본은 주인공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꿈 꾸는 도시였다.



소설의 전체적인 얼개는 비랄보와 루크레시아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것도 유부녀와의 금지된 사랑. 그러나 이루어질 수도 있는 사랑이다. 


이 사랑도 로맨스 혹은 극한의 에로티시즘을 표현한 방식이 아닌 지극히 무미건조한 애정 표현 즉 달콤한 사랑의 밀어마저 절제된 방식이다. 만남은 첩보영화처럼 비밀스럽고 폐쇄적이다. 그들은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등 국경을 넘어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끝없이 사랑을 갈구한다.


달콤한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 음악 소설 혹은 추적 스릴러 소설에 가깝다.

음악은 이 소설의 주요한 테마이다. 피아노와 색소폰, 드럼, 콘트라베이스 등으로 이루어진 재즈 풍의 음악이 소설 곳곳에 게릴라 식으로 포진돼 있다.


'비랄보'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은 작가의 심미적 착안으로 표현된 적절한 어휘와 문장을 통해 독자에게 들려주고 있는데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소설 속에서 하나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비랄보'와 '루크레시아'를 추적하는 '말콤'과 그 일당들의 쫓고 쫓기는 액션물은 범죄 혹은 첩보 소설에 가깝다. 즉 이 소설은 사랑과 음악, 추격물이 혼합된 복합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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