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새벽 거리에서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벽 거리에서'는 추리 탐정소설일까?
남녀 간의 불륜을 다룬 애정 소설일까?  
아니면 두 유형을 혼합한 크로스오버 작품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야기의 주요 테마는 남녀 간의 금지된 사랑. 즉 유부남과 한 여자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단지 살인사건을 좇는 탐정들의 별 긴장감 없는 추격신은 이 소설의 양념에 불과하다. 

일본 현지에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남자의 기능이 사회적으로 거세된 수많은 유부남들의 로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남자로 돌아가고 싶은 전일본인들의 욕구를 대리 만족시킨 소설에 불과하다.


남자로 돌아간다는 것은 도덕을 버린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불륜이라고 하는 거지


동명 영화작품

그것도 165센티미터의 아담한 체격과 설빈 화안의 미모를 가진 부잣집 외동딸과의 사랑은 일본 유부남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결혼과 함께 수컷의 본능을 은폐해야 만 가정의 평화와 생존이 보장되는 유부남들. 연애의 감정은 결혼식과 함께 점차 소멸되고 달콤한 신혼생활이 끝나면 습관적으로 섹스를 하고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위험한 불장난을 감행하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안락한 가정과 헌신적인 아내. 귀여운 자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미로운 지옥'을 꿈꾸는 그들에게 단 한 번의 기회는 치명적이며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과 같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는 회사 내 뭇 남성들의 사랑의 표적이 된 아름다운 그녀 '아키하'로 부터 우연을 가장한 위험한 사랑을 헌사받고 불타는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가정과 불륜이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마술과 같은 곡예를 하며 안정과 달콤함을 동시에 얻는다. 온몸의 오감각이 활짝 열리고 심장은 설렘과 환희로 가득 찬다. 그야말로 다시 남자로 돌아가 아름다운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헤어날 수 없는 그녀와의 사랑의 행각에서 '나'는 이성을 상실하고 현실을 무시하게 된다. 

남녀 간의 위험한 사랑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동안 짬짬이 15년 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와 약간 아리송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제법 탐정소설을 흉내 내기도 한다.  그러나 큰 서스펜스나 긴장감은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그것은 불륜의 이야기를 도와주는 보조적인 장치에 불과해 보인다.


소설은 서사 중심의 이야기이다. 별스럽게 비유와 상징성이 넘치는 은유적인 표현은 없으며 '마루야마 겐지'풍의 '시 소설'같은 감성미 철철 넘치는 표현도 없다. 그냥 쉽게 읽고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재미가 있다. 

더구나 본인에게 일어나지 않고 남들에게만 일어날 것만 같은 돈 많고 몸매 좋고 아름다운 처녀와의 한바탕 애정행각이니 재미뿐만 아니라 큰 대리만족을 주는 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랑자 선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