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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가 된 독자

-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양병찬 옮김


책 좀 읽는 진지한 독자들에게 권한다




내 최초의 읽기는 무엇일까?


‘영희야, 철희야….바둑아 이리 와 나하고 놀자’로 

기억되는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


어머니께서 지나가는 할부 책장사에게 구입한

한국 위인전, 세계 명작동화전, 

그리고 세계 단편소설전집을 읽었던 기억. 


특히 안드레센의 동화 중 마법에 걸려 

까마귀가 돼 버린 오빠들을 구하기 위해 

어린 공주가 옥탑에서 가시나무로 

옷을 만드는 장면은 예쁜 삽화와 함께 지금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외국의 단편소설집은 어린 동심을 유혹하기에 너무나 번역 문자는
박하사탕 없는 가루약 그 자체였다.


사춘기 시절 우연히 발견한 장롱 속 책 한 권.

어머니의 열독서였던 ‘한국문화유산’ 시리즈는 민담과 전설의 신천지였다.

알베르토 망구엘과 그의 서재


유독, 지금도 기억나는 이야기.

강물에 젖은 누이의 몸을 보고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휩싸인 동생은

단단한 인륜의 허리춤을 뚫고 나오는

자신의 생식기를 용서할 수 없어 바위 아래에서 돌로 찧어 죽었다는 

‘달래나 보지의 달래강’ 이야기는 너무 에로틱한 슬픈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도 왜 이 책을 읽었는지 이해 불가한 몇 권의 책.

노스트 라다무스의 지구 종말론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은 

‘수학의 정석’보다 더 어려운 책이었다.

새끼 고양이보다 호기심이 왕성했던 고딩 시절.

왜 나는 우주와 미래를 알고 싶어 했을까?


그 무렵 어디서 듣고 읽었는지 

김지하의 ‘오적’, 과 이외수의 ‘들개’는 성인의 세계로 입문하는 탐독서였다.


독서의 역사의 2부작격인 은유가 된 독자


세계 최고의 독서가라고 불리는

알베르토 망구엘의 ‘은유가 된 독자’는 책과 독서,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구약성서, 중세 철학, 셰익스피어와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독서 편력과 방대한 지식의 힘으로 책과 독자의 의미를 파헤친다.


“이 세상에 팩트는 없다. 단지 해석이 있을 뿐”이라는 니체의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은 은유가 된 독자를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로 수사화한다.


그것은 서구 문학 작품의 주인공을 통해 은유된다.


‘신곡’의 단테는 ‘여행자’, ‘햄릿’은 ‘은둔자’로 돈키호테와 안나 카레니나는 ‘책벌레’로 상징화하였다.
그들 역시 독서에 매혹된 동족들이다.


독서란 지리적 여행이 아닌 정서적 여행이며 세상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냉담함과 거만함으로 

오직 책만 읽는 독자들이 있다.


소설가 장강명의 추천사대로 “책 좀 읽는 진지한 독자”들이 읽어 볼만한 책이다.



알베르토 망구엘 언어의파수꾼, 책의수호자

책은 천의 얼굴을 가진 존재, 기억의저장소

자신 및 타인의 경험의 보관소

깨달음과 행복과 위로의 원천

과거 현재 미래 사건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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