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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이언 매큐언/한정아 옮김

시간이 멈춰버린 뜨거운 여름 오후, 소녀의 오해가 불러온 젊은 연인들의 비극




1935년 뜨거운 여름, 단 이틀의 밤.

열세 살 소녀의 거짓말로 시작된 젊은 연인의 이별.

그리고

59년 간 이어진 속죄의 날들을 소설가가 꿈이었던 그녀는 이 한 권의 소설에 담았다.


외딴 연못의 예배당. 풀 숲

친척 언니를 강간한 범인을 목격한 소녀.

뜻밖에도 그녀가 지목한 강간범은 언니의 연인.

젊은 시절의 이언 매큐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소녀의 증언.

사건의 전후 맥락이 뚜렷한 목격담은 장면이 초점화된 한 편의 단편소설과 같다.


그녀의 상상력으로 허구의 범죄가 탄생하고

소녀의 세밀한 표현력으로 거짓이 사실로 위장되는

달고 단 설탕 같은 거짓말.


결국 언니의 남자는 교도소를 거쳐 2차 세계대전의 전장으로 끌려가는데….

부커상 수상작가 이언 매큐언의 '속죄'와 영화로 만든 조 라이트 연출의 '어톤먼트'


여기까지 읽고 나면

철없는 어린 소녀의 오해에 의한

그렇고 그런 젊은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라 생각하지만 

작가는 느닷없이 우리를 참혹한 런던의 부상 병동과 고립무원의 프랑스 북부 해변
 ‘덩케르크’로 몰아간다.


뒤늦은 참회와 반성.

종군 간호사로 자원한 그녀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학적인 고역으로 

거짓말에 대한 면죄부를 얻고자 하지만......


언니의 남자는 

오직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죽음의 전선을 뚫고 ‘덩케르크’로 향한다.


병원과 덩케르크.

이 두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비극과 고통을 작가는 정교한 붓으로 세밀히 그리고 있어
마치 연극무대에서 펼쳐지는 잔혹극을 생중계로 보는 듯하다. 


장면마다 빈번하게 바뀌는 서술자의 생각과 심리를

고물장수 엿가락 다루듯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서사의 흡입력을 무한대로 높이고 있다.


결국

그녀의 거짓말로 인해 이뤄질 수 없었던 사랑을

자신의 소설을 통해 아름다운 사랑으로 완결 짓는 것.


이것이 그녀의 속죄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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