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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인을 기다리며

- J.M. 쿳시/왕은철 옮김


야만인이 없다면 제국은 어찌될 것인가?
폭력과 억압의 사슬로 드러나는 제국주의의 모순과 허구




적폐의 공간에서 의로운 양심을 가진 인물은

얼마나 외로운가?


공모자라는 한통속의 눈총과 배신자라는 조직의 낙인이 
항상 공존하는 위태로운 사람들.


그들은

독재와 폭력, 차별, 위법이 일상화된 구체제의 한복판에서 양심의 소리를 높였다.


내부 고발자.

우리 사회의 임은정 검사,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 삼성의 김용철 변호사 등 바로 그들이다.

John Maxwell Coetzee의 '야만인을 기다리며' 한글본과 영어본


제국의 변경 지대의 치안판사인 ‘나’는 ‘조용한 시대에 조용한 삶을 원했다’

하지만

‘야만인 소탕’의 명분으로 진주한 제국의 군대는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원주민이 야만인으로 조작된 이유 없는 체포와 감금

그리고 섬뜩한 고문과 폭력.

살인마저 서슴지 않는 제국의 부대.

진짜 야만인은 그들이었다.


단 한 사람의 의로운 사람으로 남고자 했던 주인공 ‘나’


제국의 폭력에 상처 받은 여자의 몸을 

연민과 면죄의 마음으로 돌본 후

다시 그녀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먼 사막으로 나아가는 ‘나’


하지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치안판사직의 박탈과 구금.

그리고 내통자라며 가하는 무자비한 폭력.

끝내 여자 속옷을 입고 나무에 매달려 살려 달라고 몸부림치는  ‘늙은 광대’가 돼버린 나.


‘나’는

모든 생물이 정의에 대한 ‘원초적 기억’을 갖고 태어났다고 믿지만

제국의 부대는 일말의 양심조차 없다.


이 소설이 발표된 1980년에는 광주에서 빨갱이와 폭도로 매도된

민주 시민들이 야만인으로 죽어갔다.


악의 권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가공의 야만인이 존재해야 하는 법.


부당한 정치권력이

무자비한 검찰 권력이

범죄를 조작하고 고문과 폭력을 가해

죄 없는 야만인을 과잉 생산하여 그들을 파괴시켰다.


결국 이 소설에는 야만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듯
존재하지 않는 ‘야만인’을 기다리는 제국의 부대.
그들 자체가 야만인이다.
소설쓰는 사제 J.M. 쿳시  그리고 조네 뎁 주연으로 영화를 제작 중이다.


"종달새처럼 솟구쳐

독수리처럼 내려다보는 상상력을 가진 작가”라고 불리는

남아프리카 출신의 J.M 쿳시.


그물망처럼 짜임새 있게 직조된 이 소설은

현재화된 문장으로 짧게 짧게 앞으로 치고 나가며

작가의 비상한 비유적 표현이 적절히 배합되어 독자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를테면

늙은 남자의 성기를 ‘우유 속의 산, 꿀 속의 재, 빵속의 분필’로 표현된다.

누군가는 욕망 앞에 쓸모없음을 공감할 것이다.


일체의 흡연과 음주, 육식을 금하고 매일 아침 운동을 한 후

성스러운 집필용 책상에 앉는 소설가.

엄격한 자기 절제와 소설에 대한 열정으로 일군 J.M 쿳시의 작품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2003년 노벨 문학상수상

#조니뎁 주연의 영화 개봉박두

#야만인이 없다면 제국은 어찌될 것인가

#짐승에게도 망치를 사용해서는 안되는것이다

#우리안에 죄악이 있다면 우리 자신에게 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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