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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최성은 옮김

창공처럼 무겁고 무한한 연민의 서사. 인류 보편적 가치의 보고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1938년

1942년

1967년


아버지의 시간과 어머니의 시간

그리고 나의 시간이 시작된 20세기.


아버지의 시간은 이미 영원의 시간 속에서 떨어져 나와 무덤으로 달음질치며

수직으로 사라져 갔다.

영원할 것 같았던 어머니의 시간은 사멸의 강을 건너려 낡은 조각배에 올랐다.


그렇게

함께 공유한 시간은 점점 땅을 잃고 결국 나 혼자 만의 시간을 홀로 절뚝거리며

생의 끝으로 달려갈 것이다.


1967년에 시작된 나의 시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동시에 일어나는 시간의 폭발적인 가속력.


나는 나의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고향 진주에서 세종, 서울 그리고 천안 등을 떠돌며 몇 푼의 통장잔고와 고양이 두 마리.

23만에 육박한 산타페 차량, 몇 천권의 불량도서와 몇 명의 아는 사람들.

먹다 남은 위스키와 냉장고 음식들만 남겼을 뿐.


많은 시간이 흘러왔지만

나의 시간은 살점 없는 배암의 껍데기.


점점 심장은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고
허리는 땅을 향해 지친 직선을 누울 것이며
더 이상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두 눈은 세상에 싫증을 낼 것이다.
그리고 나의 시간은 외롭고 쓸쓸하게 끝날 것이다.


인간의 시간은 처음과 끝이 똑같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 ‘태고의 시간들’은 가상의 공간인 ‘태고’에서 벌어진

인간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와 작품 '태고의 시간들'


사람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전 생애뿐 아니라

죽은 영혼과 동식물까지 주인공으로 내세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객체들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특정한 주인공에 의존하지 않고

단문 84편에 등장한 개별적인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시간들을 모자이크 모양으로 직조하여 인간의 시간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성서와 신화, 전설과 폴란드의 역사가 차용되어 이야기의 적재적소에 배치된 작가적 능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이유를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최고의 소설적 능력을 보여주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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