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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날마다 축제

-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주순애 옮김

파리는 내게 언제나 영원한 도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1961년 7월 2일 일요일 아침. 

그는 가장 좋아하는 붉은색 잠옷을 걸치고 

그는 가장 좋아하는 엽총으로 자살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사냥과 낚시, 수영과 권투를 좋아했던 시카고 태생의 남자.

아프리카의 표범과 코뿔소를 엽총으로 때려 잡고

카리브해의 청새치와 참치도 가볍게 낚아챈

탁월한 사냥꾼이자 미국 시인 월러스 스티븐스의 턱을 한 방으로 날려 버린 다혈질의 싸움꾼, 

마초적 남자 헤밍웨이


오직 여자를 사랑하는 것만이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세 번의 이혼과 네 번의 결혼을 했던 남자. 

이것도 모자라 아프리카의 바캄바족 소녀마저 비공식적인 아내로 맞이 했던 사랑의 중독된 자, 헤밍웨이.


하지만 젊은 날의 헤밍웨이는 ‘눈먼 돼지’가 되어 오직 소설 쓰기와 독서, 산책을 즐겼던 ‘파리지앵’이었다. 1921년에서 1926년까지 8살 연상의 첫 번째 부인 해들리와 아들 범비 그리고 고양이 푸스와 함께 살았던 파리는 헤밍웨이가 가장 행복했던 도시이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헤밍웨이가 파리에 머물었던  7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회고록이다.


1920년대, 헤밍웨이 나이 25살.

파리는 자유와 낭만, 예술의 도시였고 벨 에포크, 즉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그곳에서 헤밍웨이는 거트루드 스타인, 실비아 비치, 제임스 조이스, 스콧 피츠제럴드, T.S 엘리엇 등 많은 작가들을 만난다. 우디 엘런의 영화 ‘Midnight in Paris’에서 우리는 헤밍웨이와 이들이 교유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다.


미국 현대문학의 개척자이자 파리에서 살롱을 운영하며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스타인. 그녀는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 문체를  최초로 제안자 사람이었다.

‘과감한 생략을 통해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문장’이 헤밍웨이의 문체라고 그녀는 조언한다. 헤밍웨이는 ‘라라클로즈리 데릴라’라는 단골 카페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간결하고 진솔하며 사실에 바탕을 둔 문장을 출발점’으로 삼아 소설을 쓰곤 했다.


그리고 실비아 비치가 운영했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은 헤밍웨이의 책 대여점이자 개인 금고 역할까지 했다. 가난한 해외 주재 통신원이었던 그는 외상으로 책을 빌려보고 돈까지 빌렸던 것이다.

그는 매번 굶기도 하며 조금 주머니 사정이 좋으면 포도주 한 병과 빵 한 조각, 소시지를 사들고 센 강에 나가 햇볕을 쬐면서 책을 읽으며 낚시꾼들을 구경했다.

젊은 날의 헤밍웨이, 타고난 사냥꾼이자 뛰어난 작가였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만난 작가 중 가장 중요한 만남은 스콧 피츠제럴드와의 만남이다.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피츠제럴드는 이미 위대한 캐츠비로 위대한 작가였지만 부인 젤다와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부인 젤다가 자신의 성기가 작다며 불만을 터뜨리자 헤밍웨이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헤밍웨이는 화장실에서 직접 성기를 확인한 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을 하지만 스콧은 전혀 믿지 않는다.

그러자 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를 루브르 박물관에 데리고 가 나체 조각상들의 성기를 일일이 보여준 후 피츠제럴드를 안심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의 위대한 작가인 피츠제럴드의 지극히 사적인 일화를 듣는 재미도 이 책 속에 있다.


헤밍웨이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리에 대한 인상을 다음과 같이 남겼다.

‘파리는 내게 언제나 영원한 도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나는 평생 파리를 사랑했습니다.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 곁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만일 헤밍웨이에게 파리가 없었다면 아마 그의 문학도 없었을 것이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헤밍웨이가 가장 행복했던 1920년대 프랑스 파리의 낭만적인 도시의 모습과 결혼생활 그리고 많은 예술가들과 만났던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부록으로 실린  72장의 사진은 헤밍웨이의 출생에서 사망까지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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