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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 라오핑루 지음/ 남혜선 옮김

평생 사랑은 한번으로 충분하다.핑루와 메이탕의 연애 화첩





전 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극동 아시아의 한국, 봉건제 왕조시대의 조선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니 상상 초월적인 지고지순한 부부사랑 앞에 전 세계인이 침이 마르고 닳도록 성찬에 성찬을 거듭하며 경배해 마지않았다.


1988년 경북 안동시에서 무덤을 이장하던 도중 한 남자의 미라와 함께 발견된 편지 한 통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일명 ‘원이 아버지에게’라고 알려진 이 언간에는 400년 전 남편을 잃은 부인의 비통한 심정과 남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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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

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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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편지 옆에는 부인의 머리카락과 삼 줄기로 엮은 미투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남편의 쾌유를 바라는 부인의 절절한 마음과 귀촉도 삼만리로 떠나는 남편의 저승길에 한올 한올 피눈물로 엮은 미투리 하나 내놓았던 것이다.


부부의 인연이란 고금은 막론하고 삼생의 윤회와 월하노인의 연분으로 꿈같이 만나는 기이한 만남인데 이다지도 슬픈 사별이 있었다니 오늘을 살아가는 신혼의 입장에서 삼가 예를 올려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젊은 날의 링루와 메이탕


라오 핑루 할아버지가 지은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는  그의 부인 메이탕과의 일생일대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별을 다루고 있는 일러스트 에세이이다.  13억 중국인들을 몽땅 울려 그 눈물이 흘러 흘러 양쯔강이 범람하여 만리장성을 넘었다는 근거 없는 풍설이 돌 정도로 엄청난 대박을 친 책이다.


이 책은 1946년 두 청춘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고 2008년 부인 메이탕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년을 함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때 부인의 나이는 87세였고 남편은 90세였다. 


연애 60년의 세월이 태평성대 시절에 벌어진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아니라 항일전쟁, 중국 내전, 문화 대혁명 등 무지막지한 격동의 시간 속에서 보낸 일생일대의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최선을 다한 감동의 실화들이다.

90세에 그리기 시작한 핑루의 수채화. 자신의 모든 생애들 담다


할아버지 핑루의 노동개조 사업 동원으로 근 20년 동안 부인과 헤어져 1년에 한 번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서로 주고받은 편지로 부부의 인연을 이어갔고 서로가 병들어 몸져누워 있어도 결코 회피하지 않지 않고 서로의 몸을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었다. 


결국 2008년 3월 19일 4시 23분.
부인 메이탕이 죽자 60년 연애는 끝이 났다. 핑루 할아버지는 백거이의 구절인 “그립고 보고 싶으니 바다가 깊지 못함을 비로소 알았네”라며 바다보다 깊은 부인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평생 사랑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는 핑루는 아직도 부인의 금반지를 끼고 다니며 죽어도 함께하는 순애보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언제가 자신과 함께 무덤에 묻힐 부인의 유골을 자신의 침실에 모시고 있다. 죽어서도 함께 하는 부부의 사랑 앞에 몸서리가 칠 정도이다. 


핑루의 끝나지 않은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부인과의 사별까지 자신의 모든 생애를 글과 그림으로 남겼는데 그 화첩이 무려 18권에 달했고 그때 그의 나이는 90세였다.

아마추어 작가 이상의 수준 높은 수채화를 책 page 곳곳에 미려하게 배치하여 하나의 그림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정말 이 책은 아름다운 고도의 예술품이다.


이 모든 책을 다 읽고 나면 한순간에 지나간 한 인간의 삶이 봄날의 꿈같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사랑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더불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핑루와 메이탕처럼 앞으로도 사랑할 수 있을지. 생로병사의 여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지.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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