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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소득 시대

위기를 견디고 인간성을 지키는 일 불평등을 넘어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로운 시대를 그리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오늘날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과 유사한 의견을 피력한 적 있다.

그녀는 여성 소설가에게 자기 만의 방과 연 500파운드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는 500년 전에 이미 기본 소득. 공공주택, 6시간 노동 등 경천동지 할 메시지를 전인류에게 던졌다.


기본소득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 가지만 미국 건국의 일등공신이었던 ‘토마스 페인’을 빼놓을 수 없다. 땅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는 토지 공동 소유의 논리로  21세가 된 모든 성인들에게 15파운드 지급을 주장했는데 이와 유사한 논리로 실제로 기본소득이 지급되고 있다. 


미국의 알래스카주에서는 1982년부터 석유 수익금을 통해 영구 배당 기금이라는 1인당 1,000달러를  주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에 앞서 미국에서는 루스벨트와 닉슨 전 대통령도 기본소득 법안을 제출한 역사적 사례가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가 아닌가?

몇 해전만 해도 기본 소득을 주장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좌파들의 혹세무민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는데 그 반대편에 있는 자본주의의 총국인 미국에서 그것도 보수 우파들의 입에서 UBI 즉 Universe Basic Income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입법화하며 실제 실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술 더 뜨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대만계 앤드류 양이라는 정치인은 용감무쌍하게 기본소득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노동자들의 실업과 관련해 매월 1,000달러를 18세 이상 모든 시민들에게 나눠주자고 주장했다.


비록 바이든과 샌더슨의 틈바구니에서 별 힘도 쓰지 못한 채 조용히 물러났지만 사회적 불평등의 극단으로 달리고 있는 미국 사회에 작은 희망이 되고 있다.

아마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주요 정당들의 주요 정책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후보 간 상호 공방이 예상된다. 이제는 기본소득이 더 이상 몽상가들의 허무맹랑한 주장이 아니라 실현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주요 의제가 되었다.


그러면 도대체 기본소득이 무엇인가?


아르테 출판사에서 발행한 ‘기본소득 시대’라는 책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홍기빈과 3명의 전문가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홍기빈, 김공회, 윤형중, 안병진, 백희원 공저의 기본소득 시대


우선 홍기빈은 21세기 4차 산업 혁명에 따라 실리콘 밸리에 있는 혁신 기업가들이 우선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은 노동 자체가 소멸되고 있는 상황이며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이들에게 최소함의 소득을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프레카리아트 즉 불안정 노동자의 등장과 코로나 19 사태는 기본소득을 보다 더 빨리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원인이라고 한다.


경제학 교수인 김공회는 ‘삶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때 기본소득을 요구’한 역사적 맥락을 살피며 18세기 말의 근대적인 산업화, 19세기 중반 장시간 노동, 저임금, 빈곤 그리고 20세기 초 구조적 실업이 발생할 때마다 기본소득이 부상했으며 21세기의 지금은 불평등의 심화와 인공지능 등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시 기본소득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본 소득은 ‘현금지급, 개인 지급, 무조건 지급, 보편적 지급’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지만 이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여러 층들이 존재한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정당과 정치 이념에 따라 전통적 복지국가론자와 실용주의 진보주의자, 보수 우파 등으로 분류하며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기본소득을 둘러싼 정책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실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스위스에서는 2016년 기본소득 지급 안이 77% 반대로 부결되었으며 아직도 핀란드와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는 기본소득 정책이 실험 중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 기본소득 의제가 공론화된 것은 안명진 교수가 지적했듯이 64개 도시에서 발생한 강력한 사회 운동의 결과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발문을 쓴 홍세화 선생도 20세기 실업수당과 1930년대의 가족수당과 노령 연금 정책도 반대자들의 불가능성과 왜곡, 위험성의 근거로 공격받았지만 지금은 보편적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며 소의 걸음으로 멀리 바라볼 것을 당부했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하여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본소득을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로 적당하며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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