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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말

- 이해인, 안희경 인터뷰

시인이자 구도자로 살아온 시간이 가르친 사랑과 지혜
수도 생활 50년, 좋은 삶과 관계를 위한 통찰




그녀의 이름은 이명숙이다.

1979년 만 19세의 나이에 수녀가 되었다. 이미 어린 시절. “소녀는 하느님 외에 누구의 것도 아니고 인간이 소유하기에는 아깝다”라고 생각하며 절대 고독의 심연 속에서 단 하나의 진리를 깨닫고자 하느님의 세계로 들어갔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겸양과 검박한 생활방식은 많은 종교인들과 일반인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참된 인간의 모습이다.


6.25 전쟁 중 아버지는 행방불명되는 아픔 속에서 그녀는 홀어머니 밑에서 한 명의 오빠와 한 명의 언니, 그리고 한 명의 여동생과 함께 자랐다. 그녀의 특출한 글솜씨는 1930년대 ‘돌산령’이라는 단편소설로 등단한 아버지의 필력을 이어받았다. 

오빠는 코카콜라 광고 카피를 쓴 유명 카피라이터가 되었고 그녀는 1976년 민들레의 영토라는 시집을 내며 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한 명의 언니는 가르멜 수도원에 먼저 입교를 하며 그녀를 수도자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해인 수녀님.

우리가 아는 것은 그녀가 시인이자 수녀라는 사실뿐이다.  

그녀는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과 작년 가을부터  오후 3시에 만나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한국의 부산을 연결한 인터넷 화상으로 나눈 대화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말에 지성이 실린 책 시리즈를 내고 있는 마음산책에서 ‘이해인의 말’을 출간했다.

이 책을 통해 시인 이해인 수녀님의 인생관, 인간관, 종교관 등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언어와 종교적 세계에 갇혀 있는 세상 밖의 사람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의 마음으로 세상 안으로 들어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기도하며 그들에게 위안과 용기의 메시지를 보내는 참된 종교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 밀양 송전탑 할머니 , 성매매 여성 자활사업.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등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연대하며 살아온 모습은 실천하는 수도자의 모습 그 자체이다.


‘우리가 더욱 소외되고 아픈 사람 곁으로 가서 열려 있는 사람이 되자’고 강조하는 수녀님은 ‘이기적인 예민함에서 이타적인 예민함으로’ 전환할 것과  ‘슬퍼하는 이와 함께 슬퍼하며 기뻐하는 이와 함께 기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녀라고 하면 순결성과 엄숙함을 갖춘 보통 사람과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에서는 이해인 수녀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때론 짜증과 역정을 내기도 하고 동료 수녀님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서운해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한다. 가난했던 시절 약봉지에 시를 썼던 추억과 배가 너무 고파 설탕물을 마시며 주린 배를 달랬던 젊은 시절은 눈물겹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수녀님의 마지막 당부는 ‘한 번 밖에 없는 삶을 긍정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것이다.
2021년 새해를 맞아 이 한마디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면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은 있을 것이다.

자연과 생태, 평화와 평등, 인권의 사상과 종교인의 사회적 책무, 개인적인 가족사까지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돼 있다. 인터뷰어 안희경의 말대로 ‘독자들의 일상 속에서 평화를 작동시키는 설명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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