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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김승욱 옮김

콜슨 화이트헤드가 복원해낸 차별로 얼룩진 미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진보할 미래




2014년 4월 16일

제주의 유채꽃을 찾아 서해 뱃길로 나선 472명 중 172명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지상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295명은 부풀고 차가워진 몸으로 바다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9명은 지상의 무덤을 얻지 못해 섬 주변을 맴돌았다.


2017년 4월 11일

다시 세월호가 녹슨 연꽃처럼 바다 위로 올라왔을 때 4명은  낡은 교복과 하얀 뼈로 자신의 부고를 알렸고 끝내 5명은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세월호 탑승객 476명 중 구조 172명, 희생자 304명. 


2021년 4월 16일.
아직도 세월호 침몰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미개와 야만의 시간. 그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이 원한이 풀릴 수 있을까?




2011년 어느 날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캠퍼스에 있는 부트 힐이라는 비밀 묘지에서 ‘금이 가거나 구멍이 뚫린 두개골, 대형 산탄이 박힌 갈비뼈’ 등이 발견되었다. 


모두 43명의 유골이었는데 대부분 어린 흑인 소년들이었다. 누가 이들을 죽였을까?


바로 범인은 백인들이었다.


1865년 미국 사회에서 흑인 노예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되고 2009년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선출되었지만 흑인들을 다루는 폭력적인 방식은 여전했다. 그들은 구덩이를 파고 쇠막대를 휘두르고 햇빛을 보지 못하게 했다. 바로 1960년대 니클 캠퍼스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사건은 미국사회의 인종차별 문제를 보여주는 지옥도였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새벽에 끌려 나간 아이들은 화이트하우스에서 양팔을 벌린 자세로 묶였다. 그리고 백인들은 블랙 뷰티라는 가죽채찍으로 흑인소년을 후려쳐서 검은 몸을 걸레로 만들었다. 온몸에 피멍이 들고 채찍 조각이 살갗에 박혀도 그들이 주는 것은 아스피린 한 알 뿐이었다.


밤이 되면 백인 선생들은 10센트짜리 댄스 걸보다 싸고 같은 돈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어린 흑인소년을 강간했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그 흑인 소년들 중 하나였던 주인공 엘우드는 학교 가는 길에 차량 절도범으로 몰려 니클로 가게 된다. 그때 백인 경찰은 ‘이 차를 훔치는 것은 검둥이뿐이다’ 라며 아무런 수사도 증거도 없었다.

그곳 니클 캠퍼스마저 철저한 인종 분리 정책으로 백인 소년들과 흑인 소년들은 서로 만날 날이 없었다.


나팔 기상 소리와 3분간의 샤워, 조잡한 식사, 60명이 한 방에서 자는 인간 축사의 생활은 추악하고 더러웠다.

그리고 엘우드는 첫째 날 화이트 하우스로 끌려가 말채찍을 맞고 기절했다. 그는 고통과 분노가 일상을 지배할 때 마터 루서 킹 목사의 음성을 기억했다. 


‘우리는 고통을 견디는 능력으로 당신들을 지치게 해서 언젠가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그리고 살아서 나가고 싶었다. 

다시 자유세계로 돌아가 니클에서 일어난 폭력과 살인, 미성년자 강간, 강제노동과 착취, 흑인 학생들의 보급품만 빼돌리는 부정부패 등을 고발하고 싶었다.


이 모든 진실을 ‘모두가 외면하고 묵인한다면 모두가 한패’라 생각했다. 단 친구 터너와 킹 목사의 목소리만이 앨우드의 유일한 의지처였다.

그리고 두 눈으로 똑똑히 본 부정부패의 실상을 메모하여 주 정부의 감사관들에게 고발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두 번째 화이트하우스였다. 미밀의 묘지에 묻히려는 찰나 친구 헌터의 도움으로 니클을 빠져나가지만 숲 속으로 달아나지 못하고 총을 맞고 쓰러졌다.


무사히 자유의 세계로 빠져나간 헌터는 친구 엘우더를 기리기 위해, 그를 대신해 살기 위해 엘우더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43년 만에 니클을 방문하여 참혹했던 그때의 사건을 고발한다. 그리고 니클 캠퍼스의 참상은 미국을 뒤흔든다.


'니클의 소년'들을 쓴 미국의 소설가 콜슨 화이트헤드 역시 흑인이다. 
그는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하버드대 출신에 퓰리처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유명한 소설가이지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상할 수 없는 모든 차별을 겪었고 성공하고 나서도 여전히 흑인이며 이것은 돈과 명예와 전혀 관계없다고 밝혔다.


그는 100년 동안 운영된 플로리다주 남학교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완성했다. 

1960년대와 2000년대를 넘나드는 역순행적 방식으로 특별한 미사여구 없이 니클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매우 건조한 문체로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고 심심하거나 지루한 소설은 아니다. 도리어 사건의 연쇄 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매우 흥미진진하고 때론 함께 공분하며 주인공 엘우드의 불투명한 삶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니클 캠퍼스의 추악한 범죄는 50여 년만에 드러났지만 세월호 첨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언제쯤 이뤄질까? 다행히 우리는 니클 캠퍼스의 사건은 오랫동안 묻혀 있었지만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7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행동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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