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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주름들

- 나희덕 지음


숨겨진 주름을 마주할 때 작품은 한 편의 시처럼 피어난다




누군가 나에게 다시 살기를 바란다면 또 다른 삶으로 태어나고 싶다.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최악의 윤회라고 하지만 절대자께서 은덕을 베풀어 인간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세상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로 살고 싶다.


초등 시절부터 마네, 모네, 피카소 그림을 그리고 싶어 어미를 졸라 화실에 다녔고 고등 시절 야자를 빼먹고 일렉 기타를 배우러 다니며 위대한 록그룹을 꿈꾸었고 시인이 되고 싶어 고교 문예반과 대학 국문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넓이와 깊이도 없는 수박 겉핥기식 취미활동이 오두방정을 떨더니 마침내 이도저도 아닌 잡문이나 쓰는 책방지기로 살고 있다. 정말 내 다시 태어난다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기타를 치는 예술쟁이가 되어 한평생 살고 싶다.


___________


나희덕 시인의 ‘예술의 주름’은  영화와 음악, 미술, 조각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다루고 있는 에세이이다.
작가는 이 책은 문학이 아닌 다른 예술 언어에 대해 내 안의 시적 자아가 감응한 기록이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감각을 일깨우는 시인의 예술 읽기’ 산문이다.


전체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영화감독, 건축 예술가, 피아니스트, 퍼포먼스 예술가, 화가, 사진작가, 조각가, 목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30명의 예술인들을 다루고 있다.


사실 다양한 예술적 스펙트럼 속에서 여러 장르의 작가와 그 작품을 감상하고 읽어 내는 일은 보통의 심미안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희덕 시인은 단지 예술 작품에서 느끼는 표피적인 감상에 머물지 않고 높은 예술적 식견으로 작품을 속속들이 풀어내고 있다.

예술의 주름들의 저자 나희덕 시인


이것은 결코 짧은 시간 동안 축적할 수 없는 미적 경지이며 오랜 시간 동안 예술 작품을 보고 듣고 느낀 후에야 갖게 되는 미적 내공이다. 어느 작품 하나 쉽게 쓴 문장이 없다. 시인의 눈으로 예술작품을 끊임없이 들여다 보고 시인의 언어로 적어 내려간 행간을 세심히 읽다 보면 거대한 예술 박람회를 다녀온 듯하다. 


니체는 “견딜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를 견디게 하는 것은 예술 뿐이다”라고 했다.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예술이다. 


이 가을 이 한 권의 책이 우리의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면 결코 낙원이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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