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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옌롄커 지음/김태성 옮김

혁명의 성스러운 언어를 욕망의 언어로 비틀어낸 중국 문단 최고의 문제작




사랑이냐 혁명이냐 무엇이 중하냐라고 묻는다면 당연 사랑이지요. 그냥 사랑이 아니라 몸과 몸이 부딪쳐 살이 섞이고 뼈마디가 쑤신 줄 모르고 낮과 밤으로 활활 타오르는 불같은 사랑이 진짜 사랑이지요. 


마오쩌둥 동지의 혁명 구호는 최음제도 흥분제도 되지 못하는 구닥다리 유물이고 사랑에는 그저 시도 때도 없이 물고 핥고 빨아대며 혀 바늘이 없을 정도로 비벼대는 것이 사랑이랍니다. 


중국 작가 옌롄커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소설은 국가혁명의 무겁고 숭고한 이념을 남녀의 사타구니 속에 던져 버리고 오직 사단장의 부인을 사랑한 한 군인의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랑을 매우 끈적끈적하고  원초적인 표현으로 독자들의 흥분지수를 높이고 있습니다.

21세기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옌롄커


급기야 둘 만의 유토피아에서 먹고 싸고를 반복하며 인간 쾌락의 극단까지 몰고 가는 파괴적인 애정행각을 보여 줍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팻말은 혁명의 구호가 아닌 젊고 싱싱한 몸을 갈구하는 욕망의 언어이며 처자식이 근대화된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는 보증수표입니다. 그래서 지애비는 젊고 튼튼한 몸을 유부녀의 잠옷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몸과 몸이 만나 망치가 되고 도끼가 되어 감히 마오쩌둥 동지의 흉상과 어록이 부서지고 찢어져도 아무런 잘못도 느끼지 못하는 성애의 중독자들. 


이것이 진짜 사랑인지 판단이 어렵지만 적어도 인간욕정을 최대 방사한 격렬한 행위를 볼 때 그들은 사랑했음이 분명합니다. 비록 그 사랑이 계급적 한계로 이별로 끝나지만 우리는 군부대 안에서 일어난 이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애정행각에 관음적 환자처럼 훔쳐봅니다.


작가 옌롄커는 마오쩌둥의 신화적 혁명사상을 질퍽한 침대보에 나뒹구는 소품으로 전락시키고 혁명이념과 사상에 파묻힌 인간욕정의 뒷덜미를 끌어 당겨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그는 문학이란 인간에 대해 영원한 존엄과 사랑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중국 문단의 이단아이며 반역의 글쓰기 작가로 불리며 작가 스스로 자신의 문학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이 작품은 2005년 봄에 출간되자마자 판금조치를 당했고 2022년 한국에서 영화로 개봉했습니다. 

흥행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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