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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 인간은 섬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상이다.



책이 저마다 다르듯, 책방 주인의 삶도 저마다 다르겠지.
그러나 책 속 주인공의 말마따나 서점이란 신사 숙녀들의 업종,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서사는 품격이 넘친다.



대략 1년 전 동네 서점 탐방에 나선 일이 있다. 서울 해방촌과 상암동 그리고 홍대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아름다운 책들이 배열된 공간을 탐닉했다. 오래전 어마어마한 책들이 군락을 이룬 책방을 보고 언제가는 서점 사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는데 이제야 잊었던 꿈들이 다시 되살아난다.


책방 지기의 취향과 멋에 맞게 취사선택된 책과 아기자기한 실내 인테리어. 공중에서 세포 분열되는 나직한 음악 소리. 그리고 책방에 가득한 종이 냄새.

 

독립 서점 땡스북스


그 속에서 책 표지가 아주 예쁜 놈을 만나면 축 처진 눈매에서 온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오르가슴을 느꼈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활자로 전해지는 새로운 세계와 가상의 인물들.  


그 후 천안 이곳저곳을 물색하며 책방지기의 꿈을 꾸었지만 아직 유토피아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리만족의 일환으로 독립서점의 일상을 담은 다양한 책들을 읽어 온지도 모른다.  대부분 동네서점 운영에 대한 실용정보를 담고 있거나 좌충우돌식 에피소드들이었지만 개브리엘 제빈의 “섬에 있는 서점’은 단지 동네서점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이 공간은 사건과 갈등이 폭발되는 서사의 광맥이다.



책방은 주인공의 사랑과 삶의 공간이며 책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곳이다.

등장인물들 간의 주고받는 대화마저 주요 문학 작품의 제목과 구절 등으로 이뤄져 작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작가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느낄 수 있다.

때론 소설의 챕터마다 저명한 작품에 대한 짧은 서평까지 곁들여 있어 저자의 독서 취향은 물론이거니와

서울 해방촌에 위치한 고요서사 독립 서점


책과 책방을 소재로 삼았다고 하여 이 소설이 무미건조한 따분한 소설은 아니다. 까칠한 책방지기와 출판사 영업 담당자 간의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도 있으며 MSG를 약간 뿌린 듯한 범죄 수사물과 스릴러적인 요소도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서점을 통해 이뤄지는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읽는 내내 흥미롭다. 작가의 짧고 간결한 문체.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주인공 파크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서점은 그것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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