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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여행하다

- 북녘을 따라 걸은 552시간. 국경이라는 이름의 행간을 읽다


압록강을 거슬러 백두산까지 두만강을 따라 동해로 이어지는 북-중 국경 탐사기록


압록강 이천리와 두만강 천삼백리.

각각 서해와 동해로 흘러가는 민족의 강이다.

저자 안성교는 북녘을 따라 걸은 552시간을 기록하였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는 두 강을 따라 걸으며 북녘 땅의 풍경을 담았다. 

여전히 조국의 산하는 예전 그대로의 풍광을 간직한 채 쇠붙이가 사라진 처녀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 속에서 반 백 년 넘게 분단된 채 살아온 북녘 동포들의 일상사들을 탐색하며 긴 강을 따라 펼쳐진 열리고 닫힌 남과 북의 모습을 보여 준다.

북한과 중국을 가르는 두만강. 이 강만 건너면 그리운 북녘땅이지만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비록 월경이 불가한 두 발은 비록 이국의 땅을 밟고 있지만 강 너머 내 형제의 땅을 향한 저자의 두 눈은 이미 강의 자맥질하여 국경을 넘고 있다. 


때론 감시의 총부리가 여행자의 심장을 향하는 긴장감이 감돌고 강 언저리에서 꽃제비로 죽어간 어린 육체들이 강물 위로 떠오르곤 하지만 긴장과 서글픔이 지나간 자리에는 여유로운 물수제비가 날고 군복을 벗어던진 어린 인민군은 ak 소총을 내려놓고 평화롭게 물장구를 친다.
예전 방식대로 나무 뗏목을 이용하여 벌채된 나무를 수송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그리고 초라한 집 한 채


삼천 삼백리의 길 위에서 만나는 잃어버린 지명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오고 그렇게 무산, 회령, 용정, 삼합 등의 지명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땅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그렇다. 국경의 강은 현재의 분단보다 미래의 평화와 통일을 꿈꾸게 한다.


그래서 저자는 “혹 누군가 왜 통일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면 북. 중 국경지역을 여행해 볼일이다”라고 말한다. 남북 정상이 만나 평화와 통일의 봄을 노래하고 있을 때 미리 “경계를 여행하다”를 일독한다면 북녘의 산하가 더욱더 그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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