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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 방문기

3. 경산공원에 올라 자금성을 바라보다 왕부정 거리에서 라멘을 먹다

고궁박물관의 후문인 신무문이 나왔다. 깃발을 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관광객과 길거리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아직 하루 한 끼도 먹지도 못한 상태이다. 나라 밖을 나오면 먹거리가 항상 고민이다.

특히 강한 향신료 때문에 중화권은 더욱 그렇다.

자금성 신무문에서 바라본 경산공원


마침 신무문 근처에서 중국식 컵 라면을 팔고 있었는데 날씨도 쌀쌀하고 배도 출출하여 급 당겼지만 왠지 길거리에서 꾸역꾸역 라면 가락을 쑤셔 넣는 것도 마땅치 않아 그냥 지나쳤다. 신무문 후문 맞은편에 바로 경산공원이 있다.  나는 길을 건너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의 외국인들이 보인다.


산 위의 누각 만춘정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황실의 공원답게 갖가지 수목들과 바위들. 그리고 새들이 비상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 소리는 마치 농민 반란군들의 자금성 함락으로 이곳 경산의 홰나무에서 목을 매달아 죽은 숭정제의 한 맺힌 절규 같기도 하다.



정상에 오르자 자금성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북경의 안개들이 자금성 지붕 위에 몰려 있다. 황금빛의 날개들이 군무를 펼치는 듯 흐린 날 속에 빛난다. 자금성 둘레의 물길은 흐르지 않는 듯 흐르고 있다. 여기저기서 자금성을 뒷 배경으로 하여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만춘정을 한 바퀴 돌자 아이들의 한바탕 웃음과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 북경으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인 것 같다.

각자 배낭을 멘 남자아이들은 대개 짧은 머리를 하고 있고 여자 아이들은 꽁지머리를 하고 있다. 뭐가 즐거운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학교 단체로 북경 구경에 나선 아이들


해맑은 웃음. 까까머리. 엄마가 챙겨준 배낭과 외투를 단단히 입고 북경으로 나들이 나온 어린이들. 아이들은 심각하게 인상을 쓰면서 여행을 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내려와 스치하이로 방향을 잡았다. 호텔에서 출발하기 전 대략 버스 번호와 정류장을 확인해 두었다. 공원 정문에서 우측 방향으로 이동하여 111번을 탄다고 되어 있었지만 낯선 곳에서 대중버스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두리번두리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자전거 인력거꾼이 호객행위를 하기 시작한다.

"어디 가시우", "스치하이"라고 하자 자기 지도를 펼치며 여기에서 좀 먼 거리니 자신의 인력거꾼을 타라고 재촉한다. 나는 필요 없다며 'No, No'연발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그는 길눈이 어두운 순박한 여행객을 꼬시기 위해 끈질기에 따라붙었다.

나는 그를 피해 지하도로 빠져나갔다. 스치하이 방향은 포기하여 왕푸징다제로 이동하기로 했다. 마치 버스가 도착하자 바로 탑승했다. 버스 안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다. 서울의 버스나 지하철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버스는 전기로 연결되어 움직였다. 대략 경산공원에서 10분 정도 이동하여 왕푸징다제라는 음성 안내를 듣고 내렸다. 북경의 최고 번화가인 이곳은 자금성과 경산공원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다. 현대적인 세련미가 넘치는 곳이다. 유명 해외 명품 로고가 박힌 유리벽면도 보인다. 은색 로고가 박힌 애플 마크가 보인다.

북경 최고의 번화가 왕푸정

우선 안으로 들어가 추위를 피했다. 유리창에 바짝 붙어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본다.

조금 전 버스 안에서 보았던 북경 시민들과는 달리 한층 젊고 모던한 느낌의 분위기이다.

나는 유리 계단을 밟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입식 형태의 광고판에 소개된 음식 메뉴들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5층 식당가로 이동하였다. 혼자 먹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따질 여유가 없다. 배고픔은 본능적이다. 나는 여러 식당을 훔쳐보며 메뉴를 골라내고 있었다. 중국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아 대개 피하게 되고 그렇다고 하루 첫 끼를 만두로 해결하기도 부담스러웠다. 결국 일본 라멘을 먹기로 결정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그나마 입에 맞는 음식이니 주린 배를 채울 수밖에 없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혼자 먹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웨이터가 다가와 메뉴판을 내려놓았다. 나는 메뉴판에서 라멘을 손가락을 가리켰다. 먼저 선불을 냈다.

잠시 후 옥수수 알과 부드러운 면, 삶은 배추와 홍합을 버무린 라멘이 나왔다. 나는 따듯한 국물을 후루룩하고 마셨다. 아랫배가 따듯해지자 식욕이 더욱 감돈다.

라멘을 젓가락에 잔뜩 집어 입으로 넣었다. 중국에서 첫 식사이다.


일본 라멘이었지만 홋카이도와 동경에서 먹어본 일본식 원조 라면은 아니었다. 국물이 다소 중국 향신료가 섞인 개량된 일본 라면이라 할 수 있다.


정신없이 먹고 나니 이제 식당 내부와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에서 먹는 것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지 못하면 눈에 풍경을 채울 수 없다.

나는 1층으로 내려오니 홀 중앙에 사람들이 모여 스마트 폰으로 촬영 중이었다.

나는 뭔가 하고 보니 맞은편 대형 전광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는데 이것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는 여기에서 단체응원을 펼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apm 건물 밖으로 나와 차분히 왕부정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넓은 광장과 주변의 쇼핑센터

아직 퇴근 시간이 이른 지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넓은 도로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조금씩 어두워지자 네온사인이 빛을 내기 시작한다. 기와지붕을 얹은 현대식 건물 외벽에는 샤넬과 까르티에 등 명품 로고가 빛난다.

청대에 왕부들이 모여 살았고 그들이 사용한 우물이 있던 길이라고 하여 왕부정이라고 한다


창안다제로 연결되는 550미터 구간은 보행자 거리고 베이징에 있는 백화점의 70&가 이 일대에 몰려 있다


북경의 왕부정 거리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묘하게 공존된 방식을 보여준다. 해외 명품뿐만 아니라 길거리에는 외제차들이 줄지어 달린다.

중국을 공산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 풍경들은 발견할 수 없다. 굳이 말을 하자면 도로 곳곳에 있는 무장군인들의 모습이랄까. 그리고 지하철역마다 실시하는 보안검색이랄까. 그 밖의 풍경은 자본주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보통 시민들의 모습과 똑같은 생활양식이며 도시의 풍경이다. 넓은 도로에는 여전히 여행사 깃발을 든 가이드와 똑같은 노란색 모자를 쓴 관광객들이 물고기 떼처럼 모여 있다.

나는 왕부정 소흘가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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