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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하이에서
은정교를 넘어 첸먼다제로

- 중국 북경 방문기

왕부정 소흘가는 북경식 먹자골목이다. 


식의주로 대변되는 중국식 음식문화는 상상 이상이다. 전갈, 해마, 불가사리, 참새, 과일꼬치, 천엽 요리, 각종 만두와 튀김이 즐비하다. 과히 음식의 백화점이다.                   

왕부정 소흘가 입구


주체할 수 없는 식탐과 호기심이 넘친다면 한 번 도전할 만한 음식들이다. 나는 그 어느 것 하나 먹지도 못하고 눈으로만 씹고 지나간다. 그 와중에 칼라풀한 김밥과 만두 정도 먹을 만하다.

양쪽 통로를 쭉 눈을 흘리며 지나가는데 반갑게도 한국산 떡볶이도 보인다. 한류의 열풍이 치맥을 뛰어넘어 이곳까지 밀려왔지만 그렇게 인기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북경 시민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퇴근을 한 아저씨가 자전거를 끌면서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식들을 위해 이것저것 물건들을 두리번거린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손에 접시를 들고 음식을 먹으면서 역시 두리번거린다. 중국답게 길거리 음식이 다채롭다. 이런 음식을 먹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인간의 식성이란 무궁무진한 듯하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돌아 나오자 왕부정 서점이 보인다. 멀리 맞은편에 K5 자동차 광고판이 보인다. 북경의 서점이 궁금했다. 책을 탐독하는 습성이 발로 된 발걸음이었다.

서점의 출입문은 특이하게 딱딱한 비닐천이 문어 다리처럼 늘어져 있다. 출입문을 들어서자 다소 어두운 1층이 나타난다. 여느 서점과 마찬가지로 책들은 도서분류법에 따라 질서 있게 정렬돼 있다.

북경 최대의 서점이라고 하지만 실내 인테리어는 다소 낡아 보였다.



나는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스치하이로 이동했다. 애초 경산공원에서 곧장 이동해야 했지만 어리버리 하는 바람에 왕정부로 넘어와서 밥 한 끼를 해결하고 다시 넘어가는 것이다. 어느 듯 해가 저물고 시내 조명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하철을 빠져나오자 입구에 동네 가게와 인력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미 밤이 시작되고 있다. 나는 어느 방향인지도 분간하지 못한 채 골목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니다가 십찰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스치하이, 후퉁지역에서 증국식 고택을 만나다


벽돌과 벽돌이 이어저 기다란 담장이 만들어지고 약간 꺼머틱틱한 지붕들이 몰려오는 어둠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 푸른 잎사귀를 달고 북경의 가을을 장식하는 키 큰 나무들은 스치하이로 가는 길목마다 저녁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나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도로 주변의 오래된 가게들을 엿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미 가게문 앞에는 둥글고 큰 홍등이 불을 밝히고 있고 실내의 형광등은 여러 잡화와 기념품들을 비추고 있었다. 딱히 구매욕은 들지 않고 유리창 안을 기웃거릴 뿐이다.


십찰해 내부로 들어갈수록 가게의 불빛은 전통과 고전미에서 벗어나 조악한 형태의 조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검푸른 기와지붕과 붉은 기둥. 그리고 알룩달룩한 조명들이 한데 어울려 가게를 밝히고 있다. 마치 서울 미사리 카페촌과 같은 분위기이다. 


실내를 엿보니 무대 위 다양한 악기들이 세팅되고 있었고 어느 가게에서는 몇 명의 손님을 앉혀두고 벌써 라이브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는 외부 스피커를 통해 잔잔히 스치하이로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정확히 무슨 노래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혼자 여행하는 방랑자를 위로하듯 낮고 우울한 목소리였다. 젊고 이쁜 여가수가 통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마치 오디세이를 유혹하는 세이렌의 노래처럼 나를 유혹했다.

어서어서 나의 가게로 들어와 스카치 한 잔 마시며 나의 노래를 들으며 쉬어가기를 바라는 노래처럼 들렸다. 그러나 나는 곧장 은정교를 향해 나아갔다. 어느 관광지 안내 책자에서 보았던 그 장면.

은정교를 중심으로 십찰해를 배경으로 삼아 찍은 사진. 오늘 밤 스치하이 구퉁을 모두 돌아보지 못해도 은정교만큼은 찾아서 십찰해를 찾아온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은정교에서 바라본 십찰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홍예 모양의 대리석 다리가 보였다.

많은 여행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빈자리를 주춤주춤 찾아 셀카를 찍어본다. 그리고 은정교 좌우로는 수많은 가게들의 불빛들이 휘황찬란하게 북경의 밤을 밝히며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력거꾼들의 힘찬 페달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한 사람 혹은 두, 세 사람을 싣고 달리는 그들의 표정에는 하루의 고단함이 묻어 있다. 어딜 가든 생의 밥벌이는 힘겨운 법. 여행자의 한 시간의 즐거움을 위해 그들은 가족을 위한 꿈의 페달을 밟는다.



나는 십찰해 주변을 한 바퀴 돈 후 후퉁 구역을 자세히 관찰해 보고자 골목길 안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후퉁은 너무 어두었다. 띄엄띄엄 가로등만 있을 뿐 골목은 어둠 자체였다. 간혹 인력거가 갑자기 나타나서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저 멀리 두 세 사람의 검은 그림자가 말소리와 함께 나타나서는 검은 천막 뒤로 퇴장했다. 나는 몇미터를 전진해 보았지만 나의 온몸이 검은 색 크레파스로 색칠당하는 듯 서서히 소멸당하는 듯 했다. 순간 순간 무서움이 일어났다. 


 이러다가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 미로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다가 미노타우로소 괴물에게 잡혀 먹히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더듬더듬 기억을 되살려 후퉁 입구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6호선 전철을 타고 천멘대가로 이동했다.

역시 시내 중심으로 나오니 곳곳에 군인과 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어 낯선 여행자에게 약간의 두려움을 준다. 그러나 북경 시민들은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길뿐 딱히 긴장감이나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다. 

멀리 천안문 광장의 인민 대궁전 건물이 테두리 조명을 뽐내며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고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정양문이 보인다. 나는 천천히 북경의 밤 속으로 들어갔다. 정양문 앞의 대로을 건너자 첸먼다제가 나타난다. 황제가 황궁 밖을 나설 때 공식적으로 사용한 어도라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시간이 대략 7시 30분 되었는데 길거리는 조금 한산한 편이다. 첸먼다제 입구에는 궤도전차가 운행시간이 종료된 듯 주차돼 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쇼핑할 수 있도록 만든 보행자 길은 그야말로 대로이다. 너무 도로의 폭이 넓어서 관광객들이 한산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천문다제 입구 너머 청양문도 보인다


전반적으로 역시 첸먼다제는 어둡다. 가로등 불빛은 여행객들의 기쁨과 지친 표정을 조명하지 못하고 검은 실루엣만 보일 뿐이다. 온통 쇼핑 건물은 홍등을 내걸었고 쇼윈도는 중국식 복장과 전통 가구, 각종 먹거리들을 내걸고 있다. 보행자 도로는 어둡고 상점은 밝은 빛 자체이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유리창 안의 상품들을 엿본다. 애초 여행지에서 쇼핑은 내게 금지사항이다.

물론 여행경비를 아낀다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구매 행위 자체가 여행이 아니라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렴한 기념품은 꼭 챙긴다. 대략 840미터 길이의 첸먼다제를 걸어볼 이유는 없다.

첸먼다제는 좌측으로는 다양 안 음식점 골목이 우측으로는 각종 잡화들을 판매하는 듯했다.

그곳은 다자란제로 불리는 곳이다. 

도로는 어둡고 상점은 눈부셨다

우선 다자란제 골목으로 접어들자 온통 검은 분칠을 한 광대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고 중국식 전통 복장을 한 뚱보가 어릿광대 모양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 마치 야시장처럼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여러 음식점들이 즐비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산해진미는 총집결되어 있는 듯 다양한 만두, 오리고기,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먹거리들이 이 열 종대로 줄지어 있었다.

나는 만두를 몇 개 사서 입에 넣어 보았다. 약간의 향신료 맛이 났지만 그런대로 간식으로 먹을 만하다. 다시 보행자 대로로 나오자 시간은 저녁 9시로 향하고 밤은 더욱 어두워졌고 상점들의 불빛도 희미해져 갔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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