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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공원에서 시부야로

- 넓은 숲 속의 공간에서 최신 유행의 거리로 가다

우에노 공원 정문에서 급한 물살에 쓸려가는 물고기 마냥
많은 인파 속으로 빨려 들었다.



메이지 유신 직후 일본 정부의 명령으로 조성된 제1호 공원, 동물원과 시노바츠 연못, 국립박물관, 미술관 등이 들어서 있고 매년 3월이면 1,100그루 이상의 벚나무에서 피워내는 사꾸라의 항연이 벌어진다

.

현대와 전통, 인공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답게 넓은 대지 위에 시원시원하게 뻗은 큰길을 따라 족히 몇 백 년은 묵은 늙은 나무들이 빼곡히 어깨를 걸고 하늘을 향해 기립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원 중앙에는 드넓은 광장과 분수대가 젊은 남자가 사정하듯 힘차게 물을 뿜어대고 있었고 분수대 주변으로 아이들이 뛰놀고 주변의 벤치에는 장년의 부부들이 정오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단체 여행을 온 듯 깔깔거리며 광장을 가로지른다. 광장 주변에는 일본풍의 목조로 만든 스타벅스와 파크 사이트 카페가 보인다. 두 곳 모두 한 잔의 커피의 낭만과 풍요를 즐기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평일인데도 많은 동경시민들과 학생들이 우에노 공원을 찾았다.


나는 약간 따가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다소 녹음이 짙은 길로 접어들었다. 작은 숲 속과 같은 산책로에 산보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몇몇 젊은이들은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 숲 어두운 곳에 무료한 삶을 견디지 못해 잠든 노숙자들의 무너진 허리도 보였다. 나는 도쿄의 산책자가 된 듯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어느 순간 동조궁이라는 나무 푯말을 발견했는데 호기심이 들어 그곳을 찾아 가보았다.

석도 도리아를 통과하자 기와를 얹은 작은 출입문이 나오고 좌우로 약 200개의 석등이 사람 키만 한 높이로 도열되어 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드러내듯 약간 검게 바랜 석피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석등 위로 푸른 나뭇가지들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동조궁으로 가는 길목, 200여 개의 석등이 있다


대략 100미터 정도 걸어 들어가자 황금빛으로 꾸민 동조궁 즉 도쇼구가 나왔다. 닛코에 있는 도쇼구를 모방한 도쿠가아 이에야스 신사라고 한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길과 같으니 절대 서두르지 말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다시 걸어 나오려 하자 소원성취 기도문을 단 부적들의 있었는데 우리 한국인의 애국의지를 담긴 너무도 선명한 글자를 보았다.

"독도는 우리 땅!"



다시 한적한 산책길을 따라 맛깔스러워 보이는 음식점(사실 그곳이 일본에서 유명한 장어 전문점인 이즈에이 우메가와테이라고 한다. 270년이나 된)도 있었지만 혼자 들어가기 부담스러워 아쉬운 마음으로  후문으로 나왔다. 곧바로 동경 유일의 재래시장인 아메요코가 나왔다. 각종 과일, 야채, 의류, 신발, 별난 음식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품들이 골목길을 따라 즐비했고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흑인, 백인, 아랍인 등 다양한 인종들의 집합소 인양 인간들이 넘치고 넘쳤다.  

2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즈에이 우메가와테이 장어 전문 요리집과 아메요코 재래 시장 입구


대략 100미터 전방까지 전진하다가 100엔짜리 멜론 바를 하나 씹어 먹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장 바닥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고 하지만 이곳은 너무 복잡하고 사람들 피곤하게 만들었다.

나는 다시 우에노역에서 긴자역으로 이동했다. 은화를 만드는 거리, 명품과 환락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아메요코가 서민의 시장이라면 긴자는 귀족의 시장인셈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차림새가 예사롭지 않다. 맵시 있는 여인들의 워킹은 세련미가 흘러넘쳐 긴자 거리를 뒤덮는다. 마주 오는 중년 신사는 쇼윈도에 걸린 의상을 걸치고 나온 듯 호화로운 색상이며 구두에서 헤어 스타일까지의 완벽한 조화이다.  fit 한 옷이 중년의 골격을 잘 드러낸다. 그는 나와 여인네들을 지나 고급 승용차 쪽으로 걸어간다. 거리는 어김없이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콘크리이트 혹은 대리석 건물뿐이다. 담배꽁초, 비닐봉지, 침과 가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명품의 거리답게 각종 쇼윈도 속 화려한 상품들이 소비의 욕망을 자극한다.

네모 반듯한 간판들 사이로 애플 스토아가 보인다.

긴자 거리의 와코 본관


나는 너무 촌티 나지 않게 주변을 훔쳐보며 긴자를 탐색한다. 좌충우돌식 도보를 감행하며 건널목을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너고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또 걷는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기억나는 거리가 없다.


나는 다시 전철을 타고 시부야역으로 이동했다.

역시 도착하자마자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두리번두리번.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황. 대략 인파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드디어 바깥쪽으로 나오자 이다지도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그냥 사람이 아니라 어리고 어린 젊은것들이 많은지. 또다시 어리둥절하다가 여차여차 건널목을 건너는데 사방에서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아! 그렇다면 이곳이 시부야에서 그 유명하다고 하는 스크램블이란 말인가. 5개 신호등이 동시에 파란불로 바뀌면서 일제히 모든 차량들이 멈추면 인간들의 동시다발적 행진이 시작된다는 시부야의 명물.

시부야 거리의 스크램블. 동서남북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는 주춤 주춤 행인들에 치여 구석으로 몰리다가 잠깐 쉴 겸 엉덩이를 부쳤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훔쳐보기에 가장 적당하다.


역시 패션거리답게 휘황찬란하다. 절대 고가의 옷이 난무하다거나 몸매 잘빠진 사람들이 활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각양각색의 형태로 난무하는 개성 넘치는 스타일들이 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나는 후미진 곳에서 연신 셔터를 누른다. 아름다운 여인들은 많지 않지만 개성만점의 이쁜 여인들은 많다. 사방 곡곡에서 밀려가고 밀려나가는 사람의 파도를 보며 여기에도 사람이 살아가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시부야 스르램블의 최고 명당인 스타벅스가 한눈에 보이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춤사위로 전광판을 휘젓고 있는 카라의 모습도 보인다. 나는 시부야의 뒷골목을 보기 위해 으슬렁어슬렁 걷기 시작했다.

역시 휘황찬란한 헤어스타일, 기묘한 구두 혹은 신발, 이상 야릇한 옷차림. 거기에다가 백인과 흑인이 함께 어울려 골목길을 걷고 있다.

시부야의 다양한 거리의 모습과 개성만점의 도쿄인들


온갖 먹거리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즐비하다. 아침 식사 이후로 먹은 것이 없는 나로서는 당연히 음식점을 기웃거린다. 평소와 달리 쉽게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다. 1인 문화가 대중화된 일본 동경에서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왠지 유쾌와 쾌활함이 넘치는 이 거리에서 이방인이 되고 싶지 않은 반대급부의 심리적 현상인지.... 나는 몇 곳을 기웃거리지만 들어서지 못한다. 꼼짝없이 굶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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