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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의 개

-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인간의 생명이 있는 그대로 체감되는 곳 인도.
후지와라 신야 인도 여행의 전설에 새롭게 충격의 한 문장을 추가한다.



내 몸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육체의 소멸은 존재의 종말이며 그것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죽음 그 자체이다.

20대 청년 후지와라 신야는 그때 인도로 향한다. 

고도로 발달된 물질문명의 세계에서 벗어나 원시 그대로의 세계에서 존재의 오감을 느끼고 싶었다. 

도시 생존에 필요한 위선과 허위의 가면을 벗고 생존을 위한 삶의 처절한 몸부림. 

오직 몸뚱어리 하나로 목숨을 이어가는 인도인들의 낮은 삶의 자세에서 저자는 살아가야 할 생의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철저히 힌두교나 불교 등 종교적인 관점을 배격하고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고행의 방랑을 통해 찰나의 깨달음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이 책이 인도 여행기를 담은 책은 아니다. 이미 그는 '인도 방랑'이라는 책을 통해 인도를 소개한 적이 있다.


'황천의 개'는 1995년 일본 열도를 충격과 경악으로 빠뜨린 옴진리교 사건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 사교의 교주였던 아사리하 쇼코의 고향을 찾아 그의 어린 시절을 추적한다.


작가는 아사리하 쇼코의 반사회적인 테러리즘은 성장배경과 지리적 환경에 따른 후천적 결과에서 시작되었다고 판단한다. 바다를 매립하여 자연 생태계가 파괴된 인공적인 땅과 바닷 주변에 들어선 공장들의 폐수는 환경오염과 인간 오염의 원인이었다. 아사리하 쇼쿄의 실명도 결국 수은 중독에 의한 사회적 원인이었다. 

그의 반사회적인 적대감은 미래의 희망을 잃은 일본 청년들의 결핍감과 결합되어 증폭되었다.

사진 작가이자 여행 작가인 후지와라 신야

부자연스러운 눈의 질환뿐 아니라 그가 태어나고 자라난 이 인공적인 환경 또한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야사하라 교주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난 현대의 아이들의 공통점은 사막에서 꿈을 꾸는 인간이라는 공통의 체질을 간직하고 있다

결국 옴진리교 교주는 신비주의적 사이비 종교인으로 탈바꿈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인도였다. 

그는 고행과 방랑을 통한 초극의 진아를 만나지 못하고 대중을 현혹하는 눈속임에 몰두했다. 명상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리시캐쉬'에서 전직 여객기 파일럿 출신의 스승을 맞이한다. 인도인들의 평상복인 '크로타'를 개조하여 옴진리교의 계급적 순위를 상징하는 유니폼을 만들고 사기성 공중부양을 통해 대중을 현혹했다.




저자는 일본 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옴진리교 사건이 인도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며 자신이 겪은 인도 방랑의 사실적 체험을 들려준다.

특히, 이 책의 제목과 동일한 '황천의 개'내용은 후지와라 산야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이미 인도의 갠지스 강 유역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임을 잘 알고 있다. 즉 시체를 불태우고 강에 버리는 일상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이다. 저자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며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인간의 육체가 폐품 태우듯이 취급되고 쓰레기 버리듯이 강에 버려지는 모습을 보고 심한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곧 자각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영혼의 집인 육체는 죽음을 맞이하면 단지 하나의 껍데기에 불과할 뿐. 그 어떤 의미도 없는 죽은 거죽에 불과하다. 지나친 자기애와 에고이즘을 버려야 한다.


인간의 목숨이 최우선이라는 과대평가 때문에 육체에 대한 과보호와 에고이즘이 넘쳐나는 사회가 발생한 것이다. 죽음과 시체를 금기로 여기고 삶의 본질을 철저히 은폐해 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도에서 맞닥뜨린 화장의 풍경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평화국가에서의 소시민적 에고이즘을 일순간에 뒤엎어버렸어 


더구나 물에서 떠오른 인간의 시체를 물어뜯고 있는 개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이 책의 압권이다. 

모래밭에 나 뒹구는 해골과 엉덩이 뼈를 들고 황천의 개들과 육박전을 전개하는 모습은 더 이상 죽음은 금기와 기피의 대상도 아님을 절감하게 한다.

죽어버린 육체는 들개들의 먹이일 뿐. 의미도 없는 죽은 거죽에 불과하다


인간은 개에게 먹힐 만큼 자유롭다


저자가 체험한 몽롱한 에피소드들이 인도의 명암을 잘 말해주고 있고 이 책이 인도 여행에 관한 책으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말했지만 이 책은 옴진리교 탄생의 지역적 토대가 되었던 인도의 종교, 수행자와 그 명상법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전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저자 자신이 사진작가이지만 인도와 관련된 사진은 거의 없다. 하지만 황천의 개를 찍은 흑백의 사진은 썸득한 충격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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