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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이용한 지음)

티베트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위험한 문명 통로였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차마고도를 따라가며 만난 티베트의 은밀한 풍경과 황톳빛 이야기들이다.




나는 언제쯤 차마고도를 여행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꿈꾸어 온 그곳의 방문은 이런저런 이유와 변명으로 차일피 미루어지고 있다.

차마고도. 

보이차의 생산지였던 윈난성의 중심으로 실핏줄처럼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간 아주 오래된 옛길. 

서쪽과 동쪽으로 이어진 문명 교류의 길. 티베트인들의 생과 사의 절박함과 위태로움이 공존하는 길이다.


차마대도인 '중띠엔에서 간체까지 평균 고도 3천 미터가 넘는 옛길을 봉고차로 넘나들며 길 위의 인생들을 조망하고 길 안과 밖의 풍경들을 찍은 파노라마 같은 사진들과 함께 시인다운 함축적인 조탁 언어로 감동을 선사한다.


옛길은 고산의 산허리에서 가느다란 주름진 모양으로 나있고 그 외길로 야크와 마부들이 위험스럽게 걸어간다. 지그재그 방식의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삶을 이어가는 그들에게 이 생의 고통은 다음 생을 맞기 위한 통과의례이며 시간은 해와 달의 바뀜으로 확인할 뿐이다. 문명화된 자본의 시간은 필요 없다.

사진 출처: 넥서스 출판사


시간은 말과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간다.

티베트에서 나는 시간의 미아가 되었다.


은하의 아무 혹성의 풍광인 듯 우람한 설산들과 황량한 산들은 서로 어깨를 마주하며 우뚝 서 있고 그 아래 유채꽃은 군무를 추듯 피어 있고 작은 냇물은 흘러 흘러 땅으로 스며들고 있다. 

검붉은 얼굴을 가진 아이들은 들판에서 뛰어놀았고 어른들은 수유차를 마셨다. 

한줄기 바람이 타르쵸를 뒤흔들고 강과 계곡으로 흘러 들어갈 때 라싸를 향한 티베트인들의 오체투지는 계속되었다. 차마고도의 길이 끊기면 마을로 스며 들어가 소수 민족들을 만나고 여행객에게 주는 차와 음식을 길보시로 알고 꾸역꾸역 배 안으로 넣었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불행하지는 않았다

사진 출처(넥서스 출판사)


자신의 몸을 믿고 자신의 몸으로만 밀고 나가는 삶의 방식은 그 어떤 허위와 가식이 필요하지 않기에 그들에게는 순수와 순결함이 있을 뿐이다. 

푸른 하늘과 하얀 산 깊은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옥빛의 물살과 광활한 대지 속에서 맑고 깨끗한 미소를 가진 그들은 태교적 우리의 원형이며 샹그릴라 그 자체 일 것이다.

언제쯤 나는 신의 거주지인 라싸의 포탈라궁에서 서녘으로 저물어가는 황혼의 절정과 티베트의 심장인 조캉 사원에서 순례자들의 선한 눈빛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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