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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루쉰 중단편집, 김태성 옮김

현대 중국의 문학 정신과 인문 정신의 출발인 루쉰. 그의 문학과 행동은 문자 그대로 경전이다.




하지만 몇 사람만이라도 깨어난다면, 쇠로 된 방을 부수고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절대로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루쉰의 오랜 친구 '진씬이'가 그에게 한 말이다. 

베이징 후퉁에 있는 사오싱 회관에서 고대의 비석문관이나 베끼고 있던 루쉰은 이 말 한마디로 오랜 무료함과 적막감에서 벗어났다.

아Q정전의 작가 루쉰(출처: 그린비 출판사)
내가 느낀 적막의 슬픔을 아직 잊지 못하는 같았다. 그래서 때로는 답답한 외침을 통해 적막감 속에서도 앞을 향해 내달리는 용사들이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바로 그때 탄생한 소설이 바로 '광인일기'이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봉건 군주제의 속박과 서양 열강들의 압박 속에서 무지몽매했던 중국 인민들을 깨우기 위한 루쉰의 문예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각성되지 못한 인민은 행동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인민은 영원히 구시대의 낡은 유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노예와 굴종의 삶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신을 개혁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당시에 나는 정신을 개혁하려면 문학예술이 가장 좋은 수단이라 생각했다.


무엇이 부끄러움인지, 어떠한 것이 인간적인 삶인지 모르는 것은 하류 동물과 별반 차이가 없는 삶이다.

새로운 국가는 새로운 인민을 요구하는 셈이다. 문예활동을 통해 인민의 각성을 촉구하고자 했던 루쉰의 위대한 꿈은 낡은 사상, 문화, 풍습, 관습 등 4대 구습을 타파하고자 했던 문화 대혁명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대표작인 '아Q정전'은 그 당시 중국 인민의 보편성을 띈 전형적인 인물을 내세운 소설이다. 

자립 생활이 불가능한 대갓집 종살이와 잡부로 연명하는 내일이 없는 삶. 자기 학대와 자기변명으로 굴욕적인 폭력을 감내하고 합리화하는 어리석은 인물. 일명 정신 승리법이라 칭하는 아큐의 심리 처방은 자기 방어는커녕 계속적인 폭력과 멸시만 불러 올뿐이다. 자기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저항마저 포기하는 나약한 인물이다. 논리적인 대화보다 욕설과 주먹이 앞서는 시정잡배적인 습성은 우격다짐으로 살아온 중국 인민의 생존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런 인생의 주관도 없이 권력의 방향대로 우왕좌왕하는 허수아비 같은 인생은 몰락과 죽음만 불러올 뿐이다. 권력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비구니나 하녀 등 약자들에게는 갑질을 하는 비겁한 인물, 자신의 이름 석자는 물론이고 자신의 죽음을 명령하는 문서도 읽지 못하는 무식한 아큐. 

동그라미 하나 제대로 그리지 못해 수박 모양을 그렸다며 자책하는 아큐의 모습에서 근대 중국 인민의 실상을 엿본다.

중국 상하이 루쉰 공원에 있는 그의 동상과 묘


루쉰은 '아Q정전'을 통해 무지몽매한 중국 인민의 모습을 완전히 발가벗겨 놓고 중국 인민의 대오각성을 요구한다. 결코 숨기거나 은폐하지 않고 새로운 중국을 만들기 위한 전인민적인 의식혁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오늘날까지 추앙받는 루쉰의 위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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