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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 이것이 단 한마디로 압축된
'기사단장 죽이기'의 끝장 평론이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다양한 프리랜서들의 등장. 도회적 미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레시피, 선남선녀식 가공인물을 창조해 내는 작위적인 기법. 무의미한 클래식과 재즈 음악들의 나열. 머리에서 발끝까지 집착에 가까운 패션 스타일의 추구. 그의 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성적 판타지. 짧고 간결한 문체의 심심한 반복.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설화적인 기법들. 


이것은 하루키 소설의 전형적인 창작방식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제는 하루키의 마법에서 깨어나야 할 시기이다. 어릴 적 내 정신의 절반을 차지했던 이외수와 윤대녕의 마술에서 벗어났 듯이 하루키 또한 내 추억의 작가 속으로 사라져야 할 시간이다.


그는 변치 않는 자기만의 창작방식을 수년 동안 일구어왔고 어느 정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전형적인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 새로움은 없다. 

고리타분한 인물들은 식상할 정도로 반복 등장한다. 그 인물들의 먹는 것. 입는 것, 듣는 것, 타는 것 등은 과거의 인물들과 유사 동일하다. 그가 소설 속에서 들려주는 음악들은 여전히 고전음악과 70, 80년대 팝 음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패션 화보처럼 꾸민 등장인물들의 스타일은 과거 방식을 반복한다. 또한 어느 순간 그는 현실세계를 그리지 않고 모호하게 비현실의 세계를 넘나 든다. 

일본에 이은 하루키 열풍 그 자체, 기사단장 죽이기


전작 1Q84에서는 두 개의 달을 통해 차원이 다른 세계를 자유 왕래했다. 마찬가지로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민간 설화 속 괴기스러운 이야기 마냥 비현실적인 환상들이 펼쳐지고 해괴망측한 인물들의 등장은 더 이상 새롭거나 충격적이지 않다. 

이 소설에서 일본의 중국 남경대학살에 대한 하루키의 비판적인 역사인식이 드러났다며 사회성을 부각시키지만 단지 소설의 한 요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의 직접 광고 방식의 유명 자동차 모델과 위스키 브랜드는 도시적인 감각을 일깨우지만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토록 하루키는 자기 소설의 변신을 꾀하지 않는다.

그의 최초 독자들은 50대로 넘어 들었고 이제 더 이상 그의 감성에 감동하지 않는다. 혹시 하루키는 그의 새로운 독자 즉 20대, 30대 독자들을 포섭하기 위한 글쓰기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닐까.


더 이상 읽을 것이 없는 하루키의 소설.
자신의 고정된 소설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필명으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열었던 '로랭 가리' 혹은 '조앤 롤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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