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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꼬투리 Feb 09. 2020

영화_21세기 기사도 정신

영화<우먼인할리우드>


"그래서 어떤 남자를 원해?"

"나? 그냥 좋은 사람"


입으로는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하지만, 정작 누군가가 이상형을 물을 때는 '어버버'하게 된다.

사실 마지막 연애를 끝낸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누군가를 곁에 두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아무것도, 아무말도 안하고 시간만 흘러 보내면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람을 놓칠까봐 두려운 마음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걸까? 막연히 '좋은'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는 것이 행여 '그런 사람은 이미 임자 찾아 떠났어' 혹은 '왜 그렇게 까다로워?'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댈까봐 주저했는지도.


엊그제 다큐멘터리 영화 <우먼인헐리우드>를 보다, 내가 원하는게 뭔지 깨달았다.

<우먼인할리우드(The chanages everything)>

21.세.기.기.사.도.정.신


페미니즘이 현실에 제대로 적용이 되려면 결국, 남성의 지지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이 했던 말. '21세기 기사도 정신'을 가진 남자. 그게 내가 평생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다.


가만히 마지막 연애, 그리고   8 가까이 사귀었던 남자를 떠올려 보았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자는 말에 난색을 표했던 마지막 연애 상대 남자와는 3개월을 채 만나지 못했다.

그가 못나 보였던 순간, 나는 도무지 더 큰 애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가 고졸, 계약직 이라는 현실적 조건과는 무관한 문제였다.

그런 조건과 상관없이,  <82년생 김지영>을 선뜻 함께 보며 나와 공감하고 얘기를 나눴다면 나는 조금 더 그를 곁에 두고 보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그에게 반한 이유는 따뜻한 정서와 공감능력이었으니 말이다.


8년을 만난 남자와 헤어지기 직전, #미투  국내외가 시끄러웠다. 무수한 남자 연예인, 정치인이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이 됐다. 8 사귄 남자친구는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는 여자들의 악의적인 폭로로  남자들의 명예는 회복되지 않을 거라며 걱정했고,  화가 났다.

"네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건데?"

그는 씩씩대며 나에게 물었다. (사실  역시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다)

'너는 왜 그렇게 길길이 날뛰는데?혹시 잠재적 가해자로 몰릴까봐 려서?'


나는 꾹 참고 말했다.비록 나는 운이 좋아 그런 일을 겪진 않았지만, 나는 물론  친구들이 사회 생활을 하며 충분히 겪을  있는 문제이기에 공감할  밖에 없다고.  설명이 그에겐 충분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는 화를 내며 우리집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고,  이후로 얼마   우리는 다른 문제로 헤어졌다.

실연의 아픔으로, 꽤 괴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몇 년동안 나의 관심사에 있는 주제어 페미니즘을 생각한다면, 그와 헤어지길 잘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비혼자는 아니다. 언젠가 평생을 함께 할 남자를 만나, 인생의 동반자로 삼고 싶다.

36살로, 주변 사람들은 이제 마지노선이라고, 가열차게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부추긴다.

남자를 만나려면 소개팅은 물론 소개팅 앱도 돌리고, 크고 작은 모임에 귀찮아 하지 말고 나가야 한다고 한다. ( 가지는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상대를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막연했다.

그냥 그저 그런 남자를 원하는  아니니 말이다.


난 21세기형 기사도 정신을 장착하고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여자를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남자 대신 여자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지지하는 남자.

가정을 꾸리면 가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무감만 가진 남자 대신 가정을 이루면 파트너십으로 가사, 육아를 공평하게 나눠서 하는 남자.

남자는 남자만이 아는 문화가 따로 있다고 말하는 남자 대신 남자 공동체 안에서도 그릇된 것을 명확하게 구분짓고 경계할 줄 아는 남자.

표현에 인색한 남자가 '진짜 남자'라고 착각하는 남자 대신 다정하게 자상하게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남자.

내 일이 아니니 상관없다 라고 생각하는 남자 대신 여자뿐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남자.


당장 생각나는 21세기형 기사도 정신은 이 정도다.

나중에 더 추가되리 수도 있겠지. 그때 다시 이 글을 꺼내 볼 생각이다.

 생에 이런 남자를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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