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말보다 단순하고 명료한 이유
"아름다워서 사랑하는 게 당연하다는 거죠. 어떤 여자를 사랑하는데 그 여자가 아름다워서 사랑했다는게 맞지 그 여자가 진리이기 때문에 사랑한 건 아니잖아요.. 너무 억압하는 건 진리가 아닌 것 같애요. 사실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하나니'그러면서도 진리의 이름으로 억압하는게 너무 많거든요" <박완서의 말> 중
피천득 선생이 가톨릭 영세를 받자, 박완서 선생이 "어떻게 하셨어요?"라며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의 대답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아름다워서.
세상에 어떤 행동을 하는데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이유가 있을까?
몇 해 전, 아름다움으로 시작해서, 아름다움으로 끝나는 답변만 하던 인터뷰이를 만난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이 했다면 느끼하고, 어색했을 말이었는데 어쩐지 그에겐 너무나 잘 어울렸다.
아름다운 가사를 쓰고, 아름다운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는 흔하디 흔한 칭송보다 '언젠가 그 사람은 또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거야'라는 말이 더 힘이 된다고 했다.
영혼이 맑은 사람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가보다, 싶던 때였다.
20대였던 내 눈에도, 그는 그렇게 보였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어떤 대상에게 아름답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곤란할 것 같다.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꼽지 못할 것 같으니까.
행복하다는 말을 하는 것만큼 인색한 말이 나에겐 아름답다, 이다.
어떤 말은, 분명 상태를 뜻하는 말임에도 그 말을 내뱉는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 것처럼 느껴져
입밖으로 내뱉기 남사스러워진다.
행복하다,
아름답다, 가 나에겐 그렇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어떤 이유를 묻는 대답에 이보다 반박불가한 답은 없다.
그 사람을 왜 사랑해? 아름다워서.
그 일을 왜 그렇게 열심히해? 행복해서.
왜 살아? 삶이 아름답고 행복해서.
나는 돈 한푼도 들지 않는 이 말을 앞으로 조금 해볼 생각이다.
혹시 아나?
진짜 내가 그 말을 함으로써 행복하고, 아름다워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