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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꼬투리 Jun 10. 2022

현재 나의 좌표는?

마라맛 현타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가끔 내 현재 위치가 좀처럼 어디에 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수많은 사람 중 어디에 있는 걸까? 일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뭐든.


날마다 만나는 사람은 한정적이고, 가는 곳도 제한적이다 보니

내가 만나는 사람, 가는 곳이 곧 ‘나의 위치’라는 착각이 든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생각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일 수 있고, 또 썩 나쁘지 않은 지점에 있을 수도 있다.

이는 나를 아는 사람보다는 나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잘 알려줄 수 있다.

혹은 나에게 정말 낯선 공간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일련의 경험으로 나의 현재 위치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몇 가지 방법이 있어 공유한다.


하나, 은행 가보기

인터넷 뱅킹에 익숙해져서 좀처럼 은행에 가지 않는다. 은행 잔고가 ‘0원’이 되지 않는 이상 웬만한 일에 놀라지도 않는다. 사실 잔고가 0원이어도 다른 어딘가에서 빌리면 그뿐이라고 여길 수 있다. 나만 알고 있으니 별로 쪽팔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실제 은행 지점에 방문에 업무를 해보면 다르다.

와- 내가 이 정도라고? 이 세상에 나에게 빌려줄 수 있는 돈이 고작?!?!

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세상엔 부자가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나의 무지함이 원인이긴 했지만, 얼마 전 은행에 가서 충격을 받고 와 한동안 얼이 빠진 적이 있다. 대출(빚)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나는,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 대출을 받을 때도 며칠밤을 뒤척이며 겨우겨우 했다.


그런데 이제 나도 사회생활 이 정도 했으면 마, 마이너스 통장 하나 뚫어 놔야 하지 않겠나,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라는 마음 반, 작년 이 집 재계약을 하면서 전세금이 살짝 모자라 받은 신용대출 기간 연장할 겸

회사 근처 은행을 찾았다.


승진도 했고, 연봉도 올랐으니 마이너스통장 하나 뚫는 건 내 결정만 있으면 손쉬울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이미 대출이 있어 마이너스통장.. 꼴랑 3백만 원짜리 가능하단다.

옆 창구에서는 7월에 3억이 통장에 들어오네 마네 큰소리치는데.. 하.. 내 신세..

나는 고작 이 정도였나. 이 정도 수준으로 새 차를 사네, 마네 까불고 다녔나?

그야말로 현타가 세게 왔다.

이런 식의 금전적 현타가 올 때는 보통 이사하며 집 보러 다닐 때 아님 대출받으러 은행 갈 때라더니 진짜 맞았다.

알고 보니 보통 사람들은 전세대출을 받기 전에 마이너스 통장을 먼저 뚫는다고 한다.

마이너스 통장은 돈을 쓰지 않는 이상 대출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하.. 이 무식한 인간..)

둘째, 면접 보기.

이직하면서 몇 번의 면접을 봤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찼을 때,

혹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을 때 꽤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은 면접 때 입을 곧 잘 터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홍보 일을 하는 사람이 자주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직의 왕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주 회사를 옮기는데, 단순히 연봉을 올리고 자아실현을 하기 위함은 아니라고 한다.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제삼자의 눈으로 현재 내 커리어가 어느 수준에 다다랐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나 역시 이직 면접을 보면서 나를 아예 모르지만, 내가 쌓은 커리어만으로 나를 보는 사람들(면접관) 앞에서 내 커리어를 열심히 뽐낼 때, 스스로에게 감동한 적도 있다. 아, 내가 이토록 내 일을 사랑했던가? 

동시에 자소서나 이력서를 쓰면서 한 번씩 포트폴리오 정리를 하게 되니 뭔가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지기도 한다.

커리어 리프레시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힌트가 되기도 한다.


셋째, 퇴사한 동료 만나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내가 가스 라이팅을 당해 그저 버티고만 있는지 확실치 않을 때 좋은 방법이다. 며칠 전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6년을 버티다(?) 나간 상사를 만났다. 그녀는 의뭉스러운 편에 속하는데, 이 회사 이후에 한 번의 이직을 더 하고 나서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 회사만큼 좋은 곳은 없는 것 같아. 사람들도 착하고 복지도 좋고”
 

아차차. 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매너리즘의 늪에 빠지거나 고마움과 감사함을 완전히 잊고 살 뻔했다.


넷째, 소개팅 앱 켜기

내 나이가 어때서~~ ♪아무리 발악해도, 친구들은 공감만 할 뿐 현실을 모른다. 아니 알려주지 않는다.

소개팅 앱을 켜보면 내 나이 또래 이성들이 가득하다. 물론 카메라 앱을 많이 쓴다. 이왕 켠 김에 실제 만남까지 성사시켜 보시라. 아, 내가 만날 수 있는 또래 이성은 이 정도구나..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이건 진짜 뒷맛이 너무 써서 혀가 떫다 느껴질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여러 번 말고, 1~2회 맛보기 수준으로만 해놓고 접길 바란다.



며칠 전, 휴직 중인 친구가 영어 학원에서 같은 반 취준생과 회화를 했는데,

그 취준생이 자신의 직업을 듣더니 너무 우러러보는 바람에 되레 놀랐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현재 위치에 대해 평가 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과장되게 여기는 것도 문제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 쉽게 매너리즘에 빠지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선 조금 뻥튀기가 되더라도 스스로 가진 것, 이룬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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