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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꼬투리 Aug 16. 2022

웃으며 안녕은 개뿔!

<환승연애>를 보며 이별의 민낯을 보다 

세상에 예의 바른 이별이 있을까?

세상에 기분 좋은 이별이 있을까?

세상에 쿨한 이별이 있을까?


단연코, 없다.


이별은 슬프고, 처량하며, 절절하고, 또 지저분하다.

이별 순간의 감정은 너무나 복잡다단해서 명료하고 깔끔하게 한 가지 감정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별을 한 사람들이

다시 그때 그 상대를 만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 돌이켜보며 그때의 감정을 얘기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skip'버튼을 누르고 싶은 순간을

사람들은 되감기를 해서 애써 돌이켜 본다. 


<환승연애>,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그리고 <우리 이혼했어요>까지.

요즘 이런 유의 TV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걸로 봐선

출연하는 이들도 이들을 지켜보는 이들도 

상대는 물론, 이별의 순간에 대한 미련이 가득한 것 같다. 


그 불편한 순간을 왜 우리는 휘젓고, 또 지켜보고 있는 걸까?


<나는 솔로>나 <돌싱글즈> 등과 같은 새로운 연애를 시도하는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겪는 이유는 얼추 알겠는데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고 휘젓는 것을 지켜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출연진들은 어떤 마음일까?



요즘 이런 유의 프로그램을 두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종종 생긴다.


"<나는 solo>나 <돌싱글즈>는 이해돼. 근데 헤어진 X를 다시 만난다? 굳이? 그것도 방송에서?"


대다수의 반응은 이렇다.

나 역시 출연진 대다수는 소위 말하는 '관종'이거나 

방송 한 번 잘 타서 개인 사업을 해보고자 하는 야망가일 거라 추측한다.

하지만 모든 출연진들이 그렇진 않을 것 같다.


단순히 그저 그런 일반인들의 어설픈 연기를 보며 사람들이 흥미롭게 보는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출연진 중 

몇몇은 진짜 이별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거다.

그러니까,

이별을 하는 도중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나의 감정, 우리의 상황 등을 시간이 흐른 뒤 보게 되면  보일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되짚고, 헤집어 보며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이별의 속성 자체가

뜬금없기도 하고, 무례하기도 하며, 일방적이고, 이기적이기도 해서

이별을 고한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에게 상처로 남는다. 


프로그램을 보면 출연진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처음엔 웃으며 서로를 바라본다. 

그 안에는 애틋함과 미움, 애정, 미안함, 고마움 등의 갖가지가 섞인 감정의 가면일 것이다.


나는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며 지난날의 이별을 떠올린다. 


몇 년을 만났음에도 왜 나는 전화로 이별을 통보할 수밖에 없었나?

차분히 앉아서 서로의 안녕을 고하며 헤어졌다면 어땠을까?

결과는 다르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꽤 근사하게 헤어짐을 떠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은...

그럴싸한 영화만 잔뜩 봐서 생긴 허세에 불과하다.




내가 가장 현실적인 이별의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건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미 마음이 떠난 연인을 앞에 두고 나를 사랑하지 않냐고, 정말이냐고 거듭 묻는 아델과,

돌아갈 수 없다고, 다만 여전히 너는 나에게 애틋한 사람이기에 행복하길 바란다는 답을 하는 엠마. 


마지막까지 사랑을 애걸하고 싶어 하는 아델과

한때나마 사랑했던 연인에게 냉정하게 고개를 저으면서도 애틋한 마음이라고 말하는 엠마,

이 두 사람 모두의 마음을 알기에 

눈물과 콧물 범벅인 얼굴을 보며 이별의 어느 순간을 떠올린다.


이별의 민낯은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깔끔하고 정갈하게 맞이하려 해도 도무지 그럴 수 없다.


이별이란 그런 것이다. 


난 또 아직 이별의 가면을 쓴 이쁜 청춘의 이별 과정을 마음 아파하며 챙겨보겠지.

웃으며 안녕은 개뿔. 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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