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훈련이 된다, 이 말은 내가 대장이라는 사실을 강아지에게 주지 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강아지의 모든 행동에 위계질서를 깨뜨리는 게 있는지 자꾸만 살펴보고 그럴 여지를 주지 않았는지 나를 돌아봐야 한다.
꽤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나는 그런 대장놀이에 영 소질이 없다.
친구나 연장자와 만나는 게 편하다.
연하더라도 나에게 연장자로서의 도리나 책임을 지우지 않는 관계가 편하다. 그건 나 역시 상대에게 바라는 바다.
그렇다고 내가 꼰대가 아니냐? 그건 아니다.
특히 회사에서 맺어진 선후배 관계에선 꼰대력 지수가 꽤 높다. 내가 정해놓은 원칙과 그것에 어긋나면 쓴소리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니.
나이 말고는 관계가 딱히 정의되지 않은 관계에서는 난 꽤 괜찮은 언니, 누나가 된다.
이를테면 테니스를 치다 만난 사이, 입사를 먼저 했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
몇 해전 잡지사에서 디렉터로 있을 때
내가 괴로웠던 이유가 그거다. 기본이 되는 원칙에 어긋난 후배들을 그야말로 훈련시키고(?) 다뤄야 하는 건,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강아지와 견주 관계와 비슷했다. 내가 못나고 부족해서 일어난 상황이었겠지만 난 영 불편했다.
반면 고양이는 그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고양이가 내 배 위에 올라가도, 나를 물어도 그건 그냥 그들만의 감정 표현이지 나를 자신보다 하대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다.
그래서 그냥 뭐가 필요한지를 묻거나
가만히 쓰다듬어준다.
훈련이 되지 않는 동물은 야생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위계질서 따위가 필요 없는, 파트너로 나를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에게 고양이는 썩 잘 맞는 반려동물이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