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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꼬투리 Jul 23. 2022

세상에 불행해도 괜찮은 고양이는 없다

네가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이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조조가 길냥이 출신으로, 어미에게 버려진 고양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나는 조조의 삶을 구조 혹은 구원한 것이라고.

그런데 이는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구조를 한 게 아니라, 납치를 한 건지도 모른다.


길냥이 새끼라고 해서 함부로 버려졌다 생각해서 데리고 가면 안 된다.

새끼가 혼자 있다고 해서 어미 고양이가 버린 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미 고양이가 잠시 사냥을 하러 자리르 비운 것뿐인데,

사람이 이 광경을 보고 오해해서 구조한 것일 수도.

그러니 정말 버려진 고양이라면 최소 10시간, 길게는 1~2일은 관찰하고,

그럼에도 새끼 고양이가 혼자라면 그때 구조를 하는 게 맞다고 한다.

귀여워서 사람이 손을 대는 것도 위험하다.

고양이에게 묻은 사람의 냄새가 어미 고양이로 하여금 위협으로 느껴져, 그 냄새가 묻은 새끼를 두고 도망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처음 조조를 발견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대로 알기 전에 어찌 됐든 내 마음대로 조조는 불쌍한 고아로

나는 조조를 구원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우월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니까.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엄마는 조조사진을 보여주면 “얘는 좋은 주인 만나서 복이 많다”는 말을 꼭 한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조조를 어미에게서 떼어 놓은 납치범일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험난한 도시 생활을 하는 것보다, 안락한 집에서 사람들과 사는 게 고양이에게 훨씬 좋은 게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대입해서 생각하면 논란의 여지(?)는 있다.

찢어지게 가난해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게 아이에게는 더 나을 수도 있지 않겠나? 생판 모르는, 심지어 종(種)도 다른 인간과 사는 것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길이 없다.

조조의 의견도 묻지 않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조조가 어미와 살았을 때보다 나와 살 때 더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내가 납치범이 아니라 정말 좋은 보호자가 되려면 말이다.


조조가 1살이 되기 전, 응급실에 다녀온 적이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츄르를 너무 급히 먹었는지, 조조는 구토와 설사를 했다.

고양이가 토하는 일은 그리 심각하지 않을 순 있어도,

설사는 좀 다르다. 하루 정도 지켜봤는데, 다음날 아침까지도 물 같은 설사를 해서 안 되겠다 싶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병원에 데리고 갔다.

다행히 지사제를 먹고, 주사 한방 맞고 나아졌는데,

그날 아침 응급실 풍경, 분위기를 잊지 못한다.

분명 내가 가기 전까지 수의사와 간호사 선생님은 잠이 덜 깬 상태였다. 그래도 뭔가 평온해 보였다. 그런데 5~10분 정도 지나자 담당 의사 선생님이 양해를 구하며 진료실을 들락날락했다. 곧 보호자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중년의 여성이 급하게 병원에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서럽고 슬픈 울음소리가 들렸다.

입원한 고양이가 죽은 것이다.

남편과 딸이 이어 들어왔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왈칵 눈물이 났다.


낯선 병원에 와서 빽빽 거리며 울던 조조도 그 순간만큼은 조용해졌다.

들어보니 미용을 맡겼던 고양이가 무엇 때문인지 이상이 있어 입원을 했다고. 짐작컨대 고양이가 하늘나라로 가기까지는 고작 1~2일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조조를 키우며 나는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나보다 먼저 떠날 것이, 확률적으로 높은 존재.

그리고 조조의 나이를 자주 세어 본다.

조조가 10살이 됐을 때, 20살이 됐을 때...

그때의 나와 조조를 비교하며,

내가 죽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덜 두렵고, 무뎌졌을 때, 생에 대한 미련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 때, 조조가 떠났으면 하는 욕심도 부려본다.

그리고 나는 조조의 행복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꼭 해내고 싶다.

조조가 나와 사는 동안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야 내가 죽을 때도 조조를 만날 생각에 기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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